[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2%대까지 하락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카드사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채권금리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등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8일 기준 2.963%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달 26일 2.994%로 2%대에 진입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2%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3월 21일(2.953%) 이후 약 3년 만이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여전채 금리는 2022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6%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채권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지난달 25일까지 세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2.75%까지 내려온데다 연내 1~2회 추가 인하를 언급하면서 5월이나 7월 중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카드론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회사채나 은행 차입 같은 외부차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여전채 금리의 하락은 영업비용 감소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카드론 금리는 조달금리에 연동해 움직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발행금리도 같이 상승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 카드론 금리도 오르게 된다. 반대로 여전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면 자금조달비용이 감소해 카드론 금리도 내려가게 된다.

여전채 금리가 고공 행진을 하며 연 4~5%대를 기록했던 2023년 카드사의 연간 이자비용은 3조8267억원이었다. 반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던 시기인 2019년에는 1조9342억원, 2020년 1조9059억원, 2021년 1조9285억원으로 꾸준히 1조9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

다만 카드사들이 운용자금을 3~4개월 전 앞서 조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채 금리가 카드론 금리에 반영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카드론 금리가 예상만큼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전업카드사에 2025년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카드사는 금융당국 가이드에 따라 카드론을 전년 대비 3~5%만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았던 시기에 발행했던 여전채 잔여 물량이 남아있는데다 여전채 금리 인하 효과가 실제로 반영되기까지 상품별로 시차가 존재한다”면서 “여전채 금리가 계속해서 안정세를 보인다면 카드대출 금리 역시 내려갈 수 있으나 금융당국의 가이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급 규모를 조절하다보면 금리를 올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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