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은 가축의 폐사로 인한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축산물 가격상승 등을 초래해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유발한다.
그간 정부는 재정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 가축전염병의 대규모 확산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농가들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등 방역 의식이 아직 부족하고, 가축전염병 다양화, 동물복지 인식 확산 등 방역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청정 축산 실현을 위해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생산자 단체, 현장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자율방역 강화 △사전예방 시스템 효율화 △신종 전염병·소모성 질병 등 대응강화 △방역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하는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주도 방역에서 지역-민간 주도 방역으로 전환한다.
지자체가 지역 여건별 맞춤형 방역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지자체의 계획 이행을 관리·지원하는 지역 주도 자율방역체계를 구축한다.
광역지자체는 3년마다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는 과거 가축전염병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위험농가 및 축산관계시설 관리, 밀집단지 방역, 중점방역관리지구 관리 등의 방역계획을 매년 수립한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방역대책을 평가하고 우수 지자체에 대해 2026년부터 방역 관련 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등 지자체 평가 및 환류를 강화하는 동시에, 방역인력 교육, 농식품부·지자체 합동 가상방역훈련 등을 통해 지자체의 가축방역 대응을 지원한다.
교육·캠페인·인센티브 등을 연계해 농가 단위 차단방역도 강화한다. 방역수칙 위반 농가의 재발방지를 위한 별도의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으로 가축을 관리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전용 교육 플랫폼을 마련해 맞춤형 교육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농가 자율방역 캠페인, 관련 민간 산업 생태계 조성, 소독·방제 표준 매뉴얼 제작·배포, 2026년부터 우수 컨설턴트 인증제 도입, 가축전염병 정기 예찰에 민간질병진단기관 참여 비중 확대, 살처분 과정에서의 방역 취약요인 관리 강화 등이 추진된다.
또한 가축전염병의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한다.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가축 살처분, 물가 상승 등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위험 지역·농가를 선별하고 예찰·소독 등 방역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스마트 방역을 추진한다.
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시범 적용 중인 인공지능 활용 위험도 평가를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확대하는 한편, 위험도 평가지표를 다양화·고도화해 평가 정확도를 개선해 나간다.
축산차량 통행량, 가축전염병 발생 정보 등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내 방역 정보는 2026년부터 민간에 공개하고, 질병 분석·예측 고도화 등을 위해 차세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위험 지역 연중 점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에 점검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방역점검을 거부하는 축산농가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주요 가축전염병 이외의 신종 및 소모성 질병 등의 대응도 강화한다.
중국, 태국 등 인접국에서 발생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가성우역, 아프리카마역 등에 대한 대비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바이러스 국내 유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가성우역(야생고라니 등)과 아프리카마역(파리·모기 등)의 주요 매개체에 대한 예찰을 추진한다. 또한 가성우역과 아프리카마역의 백신을 비축하고, 긴급행동지침(SOP)도 각각 마련한다.
특히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관리도 한층 강화한다. 최근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젖소를 거쳐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지속 나타남에 따라 젖소 등 포유류에 대한 인플루엔자 검사를 강화하고, 국내 발생 시 신속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AI) 긴급행동지침(SOP) 보완, 가상방역 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돼지유행성설사(PED),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등 소모성 질병의 경우에는 농가에서 발생 신고를 꺼려 현황 파악과 질병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질병 감시체계 강화를 위한 방역조치를 완화해 발생 농가의 신고를 유도하고, 양돈농가(2025년 500농가)를 대상으로 소모성 질병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아울러 효율적인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제도 정비, 인력 확충 등을 추진하고, 현장 맞춤형 연구개발을 강화한다.
현재 명확한 기준 없이 제1종부터 제3종까지 단순 분류된 법정 가축전염병들을 치명률, 전파력 등을 고려해 분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분류한다. 새로운 분류기준과 질병 위험도 등에 맞게 일시이동중지, 살처분 등 주요 방역 조치도 종별로 차등적용토록 체계화한다.
가축방역 인력 운용을 위한 업무 범위 조정, 가축방역관 적정인원 기준 재설정 등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공수의, 가축방역사 등 민간 인력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축방역관의 처우개선도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방역 연구개발도 강화해 나간다. 구제역, 럼피스킨 등 주요 수입 백신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구제역 백신 이상육 피해 감소 등을 위한 피내접종용 백신 개발도 추진한다. 현장 수요가 높은 방역시설, 소독제 등에 대한 차단방역 효과에 대해서도 실증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특정 가축전염병이 아닌 예방-발생대응-사후관리를 포괄하는 방역 정책을 다룬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축전염병 발생 및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며,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지역-민간 주도 자율방역으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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