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회연설서 한국 콕 집어 “군사 등 많은 도움 받으면서 이렇다"
4월 상호관세 도입 앞 인도·중국 등과 ‘불공정 관세’ 사례로 언급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의회연설을 하면서 한국이 미국보다 4배나 높은 불공정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9시(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그는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공정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다른 나라들은 수십년간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왔고,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관세를 사용할 때”라면서 “유럽연합(EU), 중국, 브리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나라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공정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우리에게 100%보다 높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제품에 평균 우리의 두 배인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봐라.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한국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언급한 것을 볼 때 오는 4월 2일 단행될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4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중국에 대해 10%(지난달 부과한 10%에 추가)의 관세를 신규로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의 동맹국이자 FTA 체결국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어서 충격적이었다. 

이에 캐나다도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 캐나다도 300억 캐나다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21일 이내에 1250억 캐나다 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2일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나 면제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다. 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업종별 관세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으며, 구리와 목재에도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J D 밴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켜 보는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2025.3.5./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오는 4월 2일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며, 농산물에 대해서도 관세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자 중국,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유럽연합(EU) 등도 자국의 통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복 조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적으로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전될 경우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 때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이날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며 "끔찍한 법안으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 리더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가로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많게는 수조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여서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 첨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긍정적 요소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정부는 한국, 일본, 그리고 여타 국가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한국, 일본 등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다. 정말 대단한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관련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 참여, 백악관에 조선 관련 조직 신설과 이 분야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공간이 생긴 것이어서 관세 문제를 풀어갈 긍정적 요소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