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서 ‘개헌’ 제시…“선수교체만으론 정치 더 잔인해질 것”
"막장 스포츠에서도 '눈 찌르면 안된다' 룰 깬 李는 위험한 사람"
배신자 지적엔 “직언 더 많이 했어야…尹 기분 맞추기 더 잘못”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5일 “29번의 탄핵과 비상계엄은 헌법에 있었던 것이지만 감히 그것까지는 하지 않겠다는 ‘절제의 정신’이 (우리정치가) 암묵적으로 지켜온 룰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깨졌다. 87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더 잔인한 세상이 될 것이다”라며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JU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하고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비판하면서 87헌법을 전체적으로 수정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안녕 대한민국’을 주제로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자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친한계로 알려진 고동진·배현진·진종오 의원을 비롯한 현역의원 13명과 추첨을 통해 선발된 시민 200명이 참석해 한 전 대표가 그린 청사진에 호응했다. 

먼저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라면서 국민에게 불안한 정치 상황을 야기한 것에 사과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5/사진=연합뉴스

이어 한 전 대표는 국론이 분열되고 연일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위험한 사람에 의해 위험한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광장의 민심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양극화된 사회를 통합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가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장 스포츠에서도 눈을 찌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런 생각 없이 눈이라도 찌르겠다고 나온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대단히 위험한 사람이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민주당이 국무위원을 비롯해 감사원장, 검사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탄핵을 추진해 국정 마비를 초래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읽힌다.

또 한 전 대표는 “제가 이 대표와 같이 사법리스크를 가지고 대통령이 됐다면, 계엄령으로 사법부를 눌러버릴 것이라 예상이 되나? 법을 바꿔서 나에 대한 범죄는 죄가 안 되게 하겠나?”라면서 “(그러나) 이 대표는 어떤가. 그것이 문제이고 차이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인 합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유력 대권 후보인 이 전 대표를 견제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평가를 받는 87체제를 수정해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87헌법은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어져 유신헌법의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시대에 맞게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표적으로 한 전 대표는 개정된 헌법에는 AI와 같은 시대적 흐름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87헌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유신헌법으로 AI시대를 맞이할 수 있겠나. 단지 대통령 중임제를 한다, 상·하원 양원제를 하자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50년, 100년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라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시대를 바꿔야 한다. 선수 교체만으로는 우리가 더 잔인해지고 표독스러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3.5/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최근 ‘우클릭’ 행보를 보이면서도, 입장을 번복하거나 개헌에 대해 침묵하는 이 전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중도보수는 제가 지향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이다 규정하지 말고 진심을 보이고 실천을 하면 된다. 이 전 대표가 당당히 (논의의 장에) 나오셔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자는 말씀을 드린다. (저는 이 대표가) 치고 빠지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 대통령과 대립한 ‘배신자’라는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한 전 대표가 대통령과 대립한 이유는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친윤계가 대통령 비위를 맞추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제가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외부적으로 보였던 것은 김건희 여사 문제, 의료 사태, 명태균, 이종섭, 황상무, 김경수 복권 문제 정도였다. 이 사안은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셨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도 바꿔달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저는 공격을 받더라도 궤도 수정을 위한 일을 한 것이다. 저는 저처럼 직언하는 분들이 더 많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윤 대통령)기분만 맞추고 자리를 같이하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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