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정치권에서 조기 대선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잠룡부터 정계 원로까지 87체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해 우리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비극을 극복하자는 이유다. 특히 이들은 개헌에 침묵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며 ‘반명’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민국헌정회(헌정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87헌법 개헌을 촉구했다. 토론회에는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정대철 헌정회 회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 등 원로들이 총출동했다.
더불어 조기 대선의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참석해 개헌을 조기 대선의 화두로 던지고 87체제 극복에 힘을 보탰다.
정치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개헌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국론이 분열돼 발생한 심리적 ‘내전’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 또한 개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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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3.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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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6세를 맞이한 권노갑 이사장은 “김대중, 김영삼 두 분의 지도력에 의해 6·10항쟁이 성공했고, 그 당시 전두환 군사쿠데타 정권과 민주화 세력이 미봉책으로 만든 것이 87체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헌법은 이미 죽은 헌법이고, 민주적인 헌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진보, 보수할 것 없이 힘을 합쳐 개헌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 일을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제가 민주당 원로로서 안타깝고 분한 일이다. 민주당이 솔선수범해 앞장서야 한다. 개헌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고 몸 바치겠다”라고 개헌을 촉구했다.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지금 정치가 거의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한다. 정치 상실과 실종을 회복해 상생·협치·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할 숙제가 있다. 또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내각책임제나, 분권형 그리고 4년 중임제로 민주적인 권력구조를 만들어 정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라면서 권력구조를 ‘원 포인트’로 할 경우 30일 이내 개헌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은 “이번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꾸는 정도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조금 더 보탠다면 지방분권 강화 문제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라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대부분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게 이 대표이다. 저는 다수 국민이 원하고 여야 할 것 없이 대부분 대선주자 원하는 개헌을 (이 대표가)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 원로와 조기 대선의 잠룡들은 토론회에서 이 대표를 겨냥한 개헌 압박과 질타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내전의 배경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 양당제, 선거 시기 불일치 등을 이대로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누군가 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헌 없이 이대로 간다면 불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짓이라고 말씀드린다”라면서 개헌에 침묵하는 이 대표를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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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있다. 2025.3.6/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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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총리도 “내전 상태를 이대로 두고 갈 수 없다. 우리가 만든 공동체가 여기 언저리에 멈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후배들에게 이 나라를 이 꼴로 넘겨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대표는 개헌에 관심을 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를)압박하는 의미에서 가칭 ‘국민개혁연합’이라는 것을 여야를 초월해 만든다면 개헌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연합에 이르지 못한다면, 협의체라도 만들어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라면서 정치권이 함께 이 대표를 압박하자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87헌법 체제에서 감옥에 간 대통령이 무려 5분이다. 이 말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헌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지방균형발전, 권력구조 및 선거제 개편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인 김두관 전 의원도 “적어도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내란을 종식시키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국민이 갈라진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어 이 시기가 개헌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5년 단임제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내전을 종식할 생각이 없다고 해석된다. 국회 1당인 민주당과 이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큰 결단을 내려 대한민국의 운영체제인 헌법과 선거법을 바꾸는 것에 앞장서 주기를 요청한다”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한편 유력 대권 후보인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음에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MBC 백분토론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과 헌정질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개헌을 얘기하면 블랙홀이 된다”라면서 개헌을 외면했다. 이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임기 단축과 권력 분산이라는 ‘손해’를 감내할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개헌이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 대표를 압박하기보다 개헌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때문에 개헌하자는 것은 이 대표에게 비상계엄을 유발한 책임을 인정하라는 뜻과 같다”라면서 “최소한 이 대표가 개헌에 동의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대선 구도를 바꾸기 위한 국면 전환용 개헌이라면 이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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