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리 무너졌지만 달러·금·비트코인 불안정하자 예금 회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전 대비 약 15조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에서 3%대 예금금리를 보기 어려워졌음에도, 유동자금이 은행 금고로 몰린 것이다. 주가를 한창 올리던 달러·비트코인·금 등이 불안정성을 띠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안정적인 투자처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2월 정기예금 잔액은 938조 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말 922조 2998억원 대비 약 15조 7006억원 급증한 수치로, 지난해 8월 16조 32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전 대비 약 15조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에서 3%대 예금금리를 보기 어려워졌음에도, 유동자금이 은행 금고로 몰린 것이다. 주가를 한창 올리던 달러·비트코인·금 등이 불안정성을 띠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안정적인 투자처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같은 실적 반등은 3개월만이다. 은행 정기예금 증감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0월 11조 5420억원, 11월 6조 2068억원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심지어 12월에는 21조 1285억원 순감소로 급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1월 4조 7918억원 순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2월에는 다시금 15조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급반등에 성공했다.

이 같은 정기예금 급증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도 금리를 추가 0.25%p 인하했다. 이 여파로 은행 예금금리는 가파른 속도로 하락했다. 

실제 이날 5대 은행이 공시한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만기 12개월 기준)를 살펴보면 연 2.90~3.00%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3.00%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각각 연 2.95%로 뒤를 이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연 2.90%까지 하락하며 가장 낮았다. 전달 평균금리는 연 3.04~3.07%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대비된다. 

그럼에도 은행 정기예금을 떠났던 유동자금이 대거 회귀한 건 대표 투자자산으로 불리던 달러·금·비트코인 등이 불안정성을 띤 까닭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들 자산은 예금금리가 하락할 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금세 전세는 역전됐다.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달러는 최근 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날 11시 30분 현재 1446원까지 후퇴했다. 달러 값은 1월 한때 1476원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를 눈여겨 본 일부 재테크족은 은행 달러예금에 자금을 대거 맡기기도 했다. 

연일 고공행진하던 금값도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 고시된 국내 금값은 이날 현재 g당 14만원을 오르내리는 수준까지 후퇴했다. 금값은 연초 12만원대에 거래됐는데,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14일 16만 353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비축 자산'으로 삼겠다 했던 비트코인은 1월 22일 10만 5559달러를 마크했지만 지난달 말 8만 376달러로 하락했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은 8만 730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수익률 강세를 띠던 대체자산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은행 예금에 몰린 모습이다. 더욱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 발표에도 불구, 정기예금에 15조원 이상의 자금이 대거 몰린 건 고무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로 정기예금 금리가 2%대까지 추락하면서 유동자금이 대거 빠졌는데, 최근 자산시장 불확실성 여파로 대거 재유입되는 모습"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당분간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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