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
영풍·MBK,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재차 시도할 듯
내·외부서 우려의 목소리…“고려아연 지켜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법원이 고려아연의 지난 1월 열린 임시주주총회 결의 중 집중투표제만 효력을 유지한다고 결정하면서 현 경영체제에도 변수가 등장했다. 영풍·MBK 측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재차 이사회 장악을 재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고려아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업계 내에서는 사모펀드인 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할 경우 경영이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MBK는 최근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받고 있어 향후 국가기간 산업인 고려아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제공


◆영풍 의결권 부활…MBK와 이사회 장악 나서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합의부는 이날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 일부 인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반면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지난 1월에 열린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3%를 인수했고,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면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들이 의결되면서 기존의 경영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만큼 영풍 측은 의결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영풍·MBK 측은 다시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을 통해 영풍·MBK 측의 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벙어했다. 하지만 이사 수 상한 설정에 대한 효력이 사라지게 된 만큼 영풍·MBK 측이 대거 사내이사를 추천하고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려아연 측이 이번 판결에 대해 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측에서 재차 소송을 제기하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소송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달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이사 수 상한을 통해 영풍·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다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MBK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사실상 영풍·MBK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 우려 확산…“홈플러스 전철 밟을 것”

업계 내에서는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을 맡게 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를 보면서 고려아연도 홈플러스와 같은 행보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 원에 인수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고배당을 실시하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업계는 고려아연 역시 고배당과 자산을 물론 핵심 기술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지적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MBK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려아연 퇴직 임원 모임 ‘고수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MBK가 이미 실패한 제련 기업인 영풍과 손잡고 갖은 수를 동원하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는 검은 야욕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최근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여준 모럴 헤저드와 근로자, 협력사, 소비자 나아가 채권단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행태를 바라보며 반드시 이를 저지해 고려아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도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미국 상무부에 서한을 보냈다. 

밀러-믹스 의원은 서한에서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가 성공하면 공급망 문제를 악화시키고 기술 유출 위험을 증가시키며, 미국 산업과 방위 역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은 우리 경제와 방위를 지탱하는 공급망이 적대 세력에 장악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 내에서는 제련업의 특수성을 알지 못하는 MBK가 고려아연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련업은 특수한 산업인데 아무런 이해도 없이 고려아연을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냐”며 “제련업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영풍과 사모펀드인 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면 결국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