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유럽 희귀의약품 지정 시 독점권 부여 및 세액 공제 혜택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업계의 희귀의약품 지정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독점권을 비롯해 세제혜택 등의 수혜를 받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 GC녹십자 본사./사진=GC녹십자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GC녹십자, 보령 등의 제약사들은 올해도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면서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지정되는 것은 국내 지정 대비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희귀의약품 지정에 있어 국내는 시판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4년 간 동일 질환에 동일한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각각 7년, 10년의 시장 독점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연구개발 비용의 최대 50%에 달하는 세액 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국내에서는 수수료 감면 혜택이 있기는 하나 미국에 비하면 세제 혜택이 미미하다고 평가된다.

일동제약그룹은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가 자체 개발 주인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자접착제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위암치료와 관련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아이리드비엠에스의 분자접착제는 암 유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 의존성인산화효소12(CDK12)를 표적으로 해 작용한다. CDK12는 사이클린-K와 함께 복합치료제를 이뤄 난치성 암 세포의 성장 및 전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이리드비엠에스는 2024년도 유럽종양학회 표적항암요법 학술대회(ESMO TAT 2024)에서 자사의 분자접착제가 CDK12 활성 억제 및 사이클린-K 표적 단백질 분해 기전을 통해 HER2(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 음성 위암 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저해한다는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해당 물질에 대한 안전성평가(GLP) 시험 등 임상계획(IND) 승인 신청에 필요한 제반 요건 충족에 나설 계획이며 향후 소화기계 암을 겨냥한 다양한 방식의 항암제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ICV로 글로벌 시장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헌터라제 ICV는 2017년 러시아, 2020년 일본, 2021년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삽입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함으로써 중추신경 증상을 개선시킨 전세계 유일한 방식의 치료법이다. 이 같은 투여 방식을 통해 환자의 뇌혈관 및 중추신경 세포까지 전달된 약물은 인지능력 상실 및 심신 운동 발달 지연 등 중추신경손상에 기인한 증상까지 완화시킨다.

GC녹십자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뇌실 내 투여방식의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ICV’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어 지난 2024년 11월에는 러시아에서 세계 두 번째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헌터라제 ICV는 국내에서도 임상 1상이 진행중이다.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인 베르시포로신(DWN12088)이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베르시포로신은 PRS 저해 함성유화제로 콜라겐 생성을 억제해 섬유증을 완화하는 기전을 가졌다.

베르시포로신은 2019년 미국 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에 이어 올해 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추가 지정을 받았다. 특발성 폐섬유증(IPF)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폐 기능을 상실하는 난치병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 당 13명 정도 발생하며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 또한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해 신약 개발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베르시포로신은 2022년 미국 FDA에서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FDA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약물은 개발 각 단계마다 임상 설계에 대한 상담 및 획득한 자료에 대한 조언 청취 등 허가 승인 과정에서 FDA와 긴밀한 협의가 가능하다.

보령은 혈관면역아세포림프종 치료제 BR-101801(성분명 보스몰리십)이 2024년 미국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해당 치료제는 말초 T세포 림프종(PTCL) 치료제로 암세포 성장 조절 인자인 PI3K 감마와 PI3K 델타, DNA-PK를 3중으로 저해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이다.

PTCL은 진행이 빠르고 치료 반응률이 낮은 희귀암으로 BR101801은 기존 치료 옵션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BR101801은 임상 1a상에서 9명의 환자 중 1명에서 완전관해, 2명에서 부분관해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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