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외면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 신청 직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이미 부채비율이 과도하고 일부 상거래 채권 상환도 지연된 점을 미뤄보아 MBK가 신용평가 하락을 짐작하지 못했다는 것의 의문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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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사진=홈플러스 |
산업계와 자본시장에서 단기 자금 조달과 유통에서 치명적인 후폭풍을 야기하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가늠하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CP를 팔아 손해를 입힐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난달 28일 CP 및 전자 단기 사채(전단채)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해 단기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조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개선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MBK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이 662%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됐으며 전월 매출도 2.8% 늘었다는 수치도 적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MBK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의 약 14배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거나 부실이 심화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비견되는 수준이다.
또한 MBK가 제시한 1월 말 부채비율을 인정하더라도 재무위험이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통상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면 부실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의 여신과 재무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72.6%로 전년 11월의 71.0% 대비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가 25.7%인 것을 고려했을때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3배에 가깝다.
MBK는 보도자료에선 영업손익을 제외했으나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1∼3분기 영업손실은 15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기준 부채비율도 전년보다 개선되긴 했으나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고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을 미뤄보아 신용등급 하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채비율이 개선된 것에도 의문이 쏟아진다. 지표상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부채로 계상된 상환전환우선주가 자본으로 전환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는 영업수익 확보를 통한 실질적 부채비율 개선과는 다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점포 매각도 불황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MBK는 그나마 수익이 나는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려 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또한 이마저도 회생 절차 개시로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또한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한 지난해 2월 당시보다 매출 및 부채비율 수치가 개선돼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MBK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신평은 지난해 2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하면서도 "현재의 유동성 원천으로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과 시설투자(CAPEX), 순 금융비용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언급했었다.
업계에서 MBK의 홈플러스 CP·전단채 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로 해당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졌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 원이다. 이로인해 CP·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으로 변제 뒷순위이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일 MBK가 회생 절차 신청의 직접적 계기가 된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했음에도 CP·전단채를 발행했다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따른 비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홈플러스의 CP·전단채 발행과 회생 절차 신청을 결정한 MBK 수뇌부의 형사 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기간 내내 투자자를 상대로 CP·전단채를 발행해 판매한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MBK는 CP발행에 대한 의혹들이 억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 증권사나 지난해보다 올해 재무 상황이 좋아 신용등급이 안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등급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늘 하던 대로 거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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