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이달 말 정기 주총에서 다시 한번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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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사진=고려아연 제공 |
9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연합과 최 회장이 경영권이 걸린 이사회 구성 문제를 놓고 의결권 정면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 선출 등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제안이 관철됐다.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통한 상호주 의결권 행사 제약이라는 카드로 최대 주주인 영풍의 손발을 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7일 영풍·MBK연합이 낸 가처분 사건에서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양측은 원래 지분대로 의결권 맞대결을 하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을 살피면 영풍·MBK 연합이 40.97%로 우호 지분을 합한 최윤범 회장의 34.35%보다 우세하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의결만은 유효하다고 판단했기에 고려아연은 이달말 정기 주총에서는 경영권은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이 많은 영풍·MBK 연합 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영풍·MBK연합이 이사회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였다가 지난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18대 1' 구조로 재편됐다. 하지만 법원 결정으로 해당 결과가 무효가 되면서 정기 주총이 열리면 원점에서 새 이사회 구성을 위한 의결권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많게는 17명 이상의 신규 임원을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윤범 회장 측과의 격차를 '13대 11'로 2명까지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의도다.
주총 격돌을 앞두고 양측은 이미 수싸움에 돌입했다. 영풍은 지난 7일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해외 손자 회사를 동원한 순환출자 고리 활용 길이 막힌 최 회장 측이 국내 회사를 동원해 순환출자 고리를 재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시가로 4조 원에 가까운 자산을 출자해 고려아연 측의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통한 재공격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공시에 반발하고 있다.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로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풍은 상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행태에 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MBK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인 관여를 할 가능성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열세에 놓인 고려아연은 주총까지 홈플러스 사태를 집중 공략하면서 지지 여론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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