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상호 관세' 적용 공식화
"생산시설 미국 이전하면 관세 부담 피할 수 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동차업계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의 유예 없이 상호관세를 적용할 것임을 공식화하면서 자동차업계의 피해가 확산할 전망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상황에 따라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 후 한 달간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등 불확실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는 예정대로 내달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시행한 뒤 자동차 업체에 한 달간 면제를 적용한 것에 대해 "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4월 2일까지 돕고 싶었다"면서 "4월 2일부터 모든 관세정책은 상호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자동차 업체들이 한 달간의 관세 면제 기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까지는 과도기이며 그 이후에는 다시는 면제를 안 한다. 나는 자동차 업계에 이번 한 번만 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 진출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수출량이 감소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멕시코 통계청(INEGI)이 발표한 '2월 승용차 생산·수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 내 자동차 생산량은 31만71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1만 9,828대) 대비 0.8% 감소했다.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수출 물량은 지난해 2월(28만5330대) 대비 9.2% 줄어든 총 25만8952대로 나타났다. 1월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7% 급감한 바 있다. 올해 수출량(1~2월)은 47만8366대로 지난해 동기(53만9697대) 대비 11.2% 줄었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자동차 부품에도 단계적으로 추가 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자국 내 자동차 제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조치다.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재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도 고관세를 적용할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수출 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생산 조정, 가격 인상 등의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번 조치가 적용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촉진하고, 멕시코·캐나다 등 외국 공장을 활용한 생산 방식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5일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차량 중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 협정(USMCA)의 원산지 규정을 준수한 차량에 한해 한 달간 25%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했다"며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대통령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즉시 투자를 시작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특히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의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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