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된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은행의 대출 빗장이 풀리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원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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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된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사진=김상문 기자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10년물 지표금리 상품 한정) 금리를 0.1%포인트(p)씩 인하한다. 또 쏠편한 직장인대출, 엘리트론, 샐러리론, 새희망홀씨 대출 등 7가지 신용상품에 대해 우대금리를 신설해 상품별로 0.1~0.2%p 하향 조정한다.
하나은행은 전날 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혼합형 금리)의 가산금리를 0.15%p 내렸다. 이에 앞서 NH농협은행이 지난 6일 비대면 주담대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p 낮췄고, 국민은행도 지난 3일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5년 변동 주담대를 신규 신청하는 경우 가산금리를 0.25%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행보는 기준금리 인하에 당국의 압박이 더해진 결과로, 지난 1월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3%p로 일제히 내린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는 작동해야 한다"며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도 지난달 26일 '2025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시차를 가지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금리 인하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주담대가 또 다시 급증세를 나타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규제 완화로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도 대출 '막차 수요'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관측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은행이 지난달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신규 주담대는 총 7조4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월(5조5765억원)보다 34.3% 증가한 규모다. 월별 취급액 기준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9월(9조2088억원) 이후 최대다.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도 대출수요를 자극할 변수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3월 첫째 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라 직전 주(0.1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7월부터 시행되는 DSR 규제를 앞두고 막바지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1·2 금융권 전체 금융사에서 취급하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및 기타대출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금리가 1.5%로 상향돼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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