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측은 헌법재판소에 “조사 절차와 심의 과정 없는 탄핵소추 의결에 헌법적 문제가 있고,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과 달리 통치행위 혹은 정치 문제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사안이어서 탄핵이 부당하다”는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의 파면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할 수 없는 7가지 헌법적 이유를 제출했다. 스스로 “30년째 헌법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힌 이 교수는 중앙대에서 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헌법연구원 및 헌법연구관보를 거쳐 200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에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먼저 우리헌법의 탄핵 조항에 헌법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헌법 제111조에서 탄핵의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갈등에 따른 정치적 대립을 심판하는 즉, 대통령의 파면해 ‘새로운 정치적 형성’을 만드는 일을 헌재가 쉽게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주권자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기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그 판단 기준은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히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할게 아니라, 그 위헌성이 중대해서 주권자가 대통령에게 주었던 국민적 신임을 파기할 정도로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시행의 결과가 과연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단순히 헌법상의 요건을 위반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 직무정지 조항은 2공화국 의원내각제 정부 형태를 채택하면서 새로 들어간 조항인데 이후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채택했는데도 그대로 유지되어왔다“면서 “‘국헌문란’처럼 탄핵소추의 요건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탄핵 절차를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과도한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해 대통령제에서 권력 균형을 깨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연방헌법의 탄핵 관련 조항과 비교하며, “미연방 헌법(제2조 제4항)은 탄핵소추 및 파면 사유로 반역 행위(Treason), 뇌물수수(Bribery), 또는 그밖에 중대한 범죄와 비행(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중범죄가 아니면 탄핵소추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대통령 탄핵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대통령을 ‘내란죄’로 몰아 계엄해제 당일 탄핵소추발의안을 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내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내란방조죄’로 위협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하원에서 상당한 기간의 조사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탄핵(impeachment)을 의결했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의 권한이 정지되지 않는다”며 “상원에서 탄핵심판을 하는데(try impeachment), 이때 상원의원들은 선서를 하고 심판에 임하며, 대통령이 심판 대상일 때에는 연방대법원장이 심판을 주재한다. 그리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위 범죄행위에 대해 유죄 인정(conviction)을 해야만 그때 비로소 대통령이 파면된다. 미국 230년의 역사에서 대통령이 탄핵되어 파면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사건은 과거 두 전직 대통령의 사건과 달리 ‘고도의 정치행위’이고,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국회가 통제하는데 성공한 만큼 사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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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내란혐의 첫 형사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2.20./사진=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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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통령의 비공식적 비직무적 행위가 문제됐던 사안이다. 노무현 대통령 사건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발언 즉,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로서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와의 관련성이 문제됐고, 최종 탄핵이 기각됐다. 박근혜 대통령 사건에선 측근(최서원)의 국정개입 허용 행위가 문제 됐으며, 탄핵이 인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원수의 지위와 헌법수호자의 지위를 가진 대통령의 계엄선포권 행사가 문제 된 사안이다. 그리고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를 의결해 통제권을 행사한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의 계엄선포 및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와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는 원칙적으로 헌재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미국과 독일의 일반적인 법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헌법은 국가원수의 지위에 있는 대통령에게 계엄선포권을 주면서 국회에게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통제권을 줬다. 이것이 바로 계엄과 관련해 우리헌법이 채택한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권력의 균형과 견제’의 모습”이라고 했다.
또 “그런데 사법부가(법원이나 헌재)가 사후적으로 개입해서 그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권력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라면서 “바로 여기에 사법권의 헌법적 한계가 있다. 고도의 정치행위 개념은 행정권의 행사나 입법 행위와 엄연히 구별되는 헌법상의 중요 개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나 계엄의 선포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9분에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가 긴급 소집돼 2시간 33분만에 계엄해제 요구를 의결했으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4일 오전 5시 40분에 계엄 해제를 공고하면서 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하는데까지 7시간 11분이 걸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계엄군이 출동했지만 국회의 의결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국회의원이나 국회공무원 또는 시민을 체포한 일이 없고, 계엄 시행 과정에서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할 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 계엄포고령은 사실상 시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회의 통제권이 적절하게 그리고 완전하게 행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면 대통령과 국회가 주고받은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위에서 살핀, 외국의 헌법 이론과 실무에 비추어 보거나, 우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안은 통치행위의 법리 혹은 정치문제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역시 윤 대통령측을 통해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허영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는 헌재의 탄핵심리에 열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측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이진우·여인형·곽종근 전 사령관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되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도 신빙성이 의심되므로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며, “헌재의 변론기일 지정과 수사기록 확보 등에 대해서도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심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오히려 내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 교수는 우리 풍토에 맞는 '한국헌법론'을 개척했고 헌재 산하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헌법학계 권위자로 꼽힌다. 이 밖에 윤 대통령 측은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 최희수 강원대 로스쿨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정현미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등의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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