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7년여간에 걸쳐 판매장려금으로 번호이동 가입자를 조정하는 등 담합 행위를 해온 SK텔레콤·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게 114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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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 시장 유통 및 판매장려금 등 지급 구조./자료=공정위 |
당초 조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렸지만 1000억 원대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 원을 잠정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그간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 지급 수준을 공유·조정하며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조사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판매장려금은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 이용자 모집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적 이득으로, 이통사가 판매장려금을 높여 지급하는 경우 번호이동 신규가입자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즉, 자사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대리점 및 판매점에 지급하는 지원금 형식이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번호이동 실적이 낮아지면 판매장려금을 늘리고, 실적이 높아지면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을 조정했는데,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담합이라고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했다.
이동통신 시장은 2023년 12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 전체회선 수는 8389만 건이고, 시장점유율은 SKT가 37.6%, KT 21.2%, LGU 22.4%, MVNO 18.9%다. 유통구조는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 소비자의 4단계로 나뉜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는 서로의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 게임에 직면해 있어, 상호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제함으로써 수익을 증대하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타사 가입자를 자사로 유치하는 번호이동 가입자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결국 이동통신 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행위에 대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행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후, 법 준수를 위한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사)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시장상황반을 운영, 그 과정에서 합의를 형성하고 이를 실행했다.
상황반은 매일 이동통신 3사와 KAIT의 직원이 모두 한 장소에 모여서 운영됐는데, 통신 3사 직원들의 상호 제보 또는 KAIT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특정 이통사의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 사례를 확인하면 신속하게 위반 사항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3사는 상황반에 참여하면서 각 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수준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한 가운데, 2015년 11월경 각 사간의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가 또는 순감소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했다.
이후 상황반 운영이 종료되는 2022년 9월 말까지 번호이동 순증가 또는 순감소가 편중되게 나타나는 경우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판매장려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조정 합의를 실행했다.
실제, 어느 한 이통사의 번호이동 순증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경우 스스로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이 발생한 다른 이통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높였고, 반대로 번호이동 순감소 건수가 커지는 경우 순증가한 다른 이통사들이 서로 합의해 자신들의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순감한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인상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해왔다.
또한 번호이동 순증가 폭이 큰 이통사의 영업책임자가 순감소한 이통사의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를 한다거나, 순감소 이통사가 내부적 사정으로 대응이 어려울 경우 다른 이통사들이 함께 판매장려금을 낮추는 등 담합을 유지·실행해 온 것이 상황반에 참여한 KAIT 직원의 업무기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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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 3사 담합 카드뉴스./자료 공정위 |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된 결과, 이동통신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2014년 3000여 건에 이르렀으나, 담합이 시작된 후인 2016년에는 200건 이내로 축소됐으며, 일평균 번호이동 총건수는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으로 45.7% 감소했고, 2022년 7210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통신 3사는 방통위 행정지도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조절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행정지도와 별도로 사업자들이 합의하면 담합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이동통신 3사 간에 7년여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한 것으로,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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