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 “계엄 당시 돌이켜보면 국정마비 상황”
줄탄핵 16회·첫 감사원장 탄핵·특활비 4조 삭감·헌재 직무마비 등 지적
“계엄에 위법 있다 하더라도 파면될 정도의 중대 위법 아니라고 봐야”
“헌재의 위법 사례 10여건, 심판 절차·증거 인정할 수 없어 기각 사유”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탄핵 소추 및 심판 절차의 흠결을 지적한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제출한 가운데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해 헌정질서를 바로잡으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하는 것이 계엄의 법적인 요건 충족과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전혀 없지 않다”고 밝혔다.

허 석좌교수는 의견서에서 “계엄 당시 정치 상황은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할 상황이 아닌 것이 분명해보인다”며 야당의 검사와 장관에 대한 16회 탄핵 남발, 헌정사상 처음 감사원장 탄핵,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실·검찰·경찰 등의 특활비 예산 등 4조1000억원 삭감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2024년 10월 17일 헌재 이종석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3명이 퇴임했는데, 야당은 여야가 협의해서 한명을 추천하던 오랜 관행을 무시하고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해 법정기일 안에 후임 재판관을 추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헌재는 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6명의 재판관이 7인의 심판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10월 이후 사실상 직무마비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묻지 마 줄 탄핵’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됐다”란 주장에 정상참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그렇다면 윤 대통령 탄핵의 경우 ‘계엄 선포에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아니다’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허 석좌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면서 저지른 위법 사례가 10건이 넘는다”고 의견서에서 지적했다. 

그는 먼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서를 피소추인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탄핵소추 서류를 피소추인에게 송달하고, 7일간 답변 기일을 보장해야 하는데, 헌재는 곧바로 ‘수신 간주한다’며 심판 기일을 정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변론기일을 정할 때는 반드시 피소추인측 변호인단과 협의하게 돼있는데, 헌재가 이런 절차없이 8차까지 변론기일을 지정한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또 “청구인측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요청한 ‘수사 서류 송부 촉탁’을 헌재가 받아들인 것도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에 어긋난다”며 “관련법엔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의 서류는 송부촉탁을 허용하지 않도록 돼있다”고 했다.

   
▲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3.8./사진=연합뉴스

그는 “헌재 심판의 중립성 때문에 그렇게 정해놓은 것이다. 증인들을 심문하기 전 수사서류부터 받아오면 증인들이 수사기관에서 뭐라고 진술했는지 예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도 헌재는 이 단서 조항을 무시하고, 수사 중인 내란죄 사건의 수사기록의 송부 촉탁을 수용했으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특히 허 교수는 “헌재가 탄핵심판의 핵심인 ‘내란죄 철회’를 수용해 ‘사기 탄핵’을 용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측에서 탄핵소추안의 핵심 내용인 내란죄를 헌재 공판 과정에서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헌재가 그냥 받아줬다. 이는 헌재법은 물론 형사소송법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에 ‘소추서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추 사유를 철회할 수 있다’고 돼있는 것을 지적하며, “탄핵소추의 핵심 내용인 내란죄를 제외한다는 것은 소추성의 동일성을 명백하게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사기 탄핵’이라고 반발하지 않았나. 탄핵소추 처음부터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국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리가 없었다”면서 “내란죄를 빼려면 헌재가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다시 돌려보내서 ‘내란죄 빼고 다시 의결해와라’고 했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허 석좌교수는 ‘증인신문 때 피소추인의 참여권 보장을 안해 방어권 침해’ ‘홍장원 메모의 진정성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여인형 방첩사령관·김현태 707특임단장의 진술 번복에 따른 증거채택의 위법성’ ‘헌재의 주석서대로 한덕수 탄핵사건을 각하하지 않는 것’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의 부적절한 언행’ ‘졸속 재판, 불공정 재판으로 큰 혼란 우려’의 헌재의 위법 사례를 지적했다.

허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헌법질서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강한 것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다.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 공정성도 없고 신중함도 없이 오로지 탄핵이라는 결론을 향해 신속하게 막 달리다 보니까 이런 법 위반이 자꾸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헌재의 위법하고 불공정한 탄핵심판 때문에 국론이 더 분열되고, 심한 경우 내란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처럼 헌재가 위법하고 불공정하게 탄핵을 심판하면 민심이 폭발해 헌재가 내놓은 결과를 국민 다수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소추인측의 내란죄 철회에 대해 다시 국회의결을 밟아 오라고 명확히해서 명령하고, 소추인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심판청구를 각하하거나, 소추인측이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면 소추 사유의 핵심이 빠진 것이며, 위법한 심판 절차와 증거채택으로 수집된 증거도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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