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로 MG손해보험의 다섯 번째 매각 시도까지 불발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124만명의 계약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전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 사진=MG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MG손보를 인수해 외형 성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MG손보 고용승계불안을 이유로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완강히 반대하면서 인수를 철회했다. 메리츠화재는 법적으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MG손보 인수를 추진했다. 이에 MG손보는 인수된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예보는 지난해 12월9일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고, 이후 매각조건 협의를 위한 실사를 추진했으나 MG손보 노조의 이견 등으로 실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에 예보가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MG손보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실사 방해가 이어졌다.

MG손보는 새로운 인수자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으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1조원 가량의 자금 투입, P&A 인수를 거부하는 노조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MG손보의 청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후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MG손보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경과 조치 이후인 지난해 3분기 43.4%로 법정 기준인 100%를 크게 하회한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3년이 지났고, 시장에서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청산 가능성을 높였다.

예보는 지난 1월 발표한 입장문에서 “실사 진행이 안 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정리 대안을 검토할 예정으로, 매각이 어려울 경우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MG손보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계약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 개인·법인 보험계약자는 총 124만4155명이다. 이 중 예금자보호법상 보장이 어려운 5000만원 초과 계약자는 총 1만1470명(개인 2358명·법인 9112곳)이다. 이들의 계약 규모는 무려 1756억원에 이른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계약 해지 시 5000만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한 계약자는 해약환급금보다 적은 금액을 파산 배당으로 받게 된다.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은 다른 보험사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가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계약자 보호 차원에서 계약 이전을 선택하고 다른 보험사에 권고할 수 있으나 MG손보의 기존 계약들이 우량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앞서 2003년 리젠트화재보험이 파산했을 당시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현 KB손해보험),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 5개사로 리젠트화재의 계약이 모두 이전된 바 있다.

계약을 이전받은 5개사는 예보에 총 2386억원의 현금을 지원받았으나 손해율 급등으로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 계약자 보호,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과 보험 시장의 공정 경쟁 등을 고려해 대응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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