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MBK 파트너스가 100%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발행한 단기물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신용등급 하락, 기업회생 신청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이했는데, 이를 앞두고 단기물을 대거 발행한 것이다.
16일 국회 강민국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자료를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한 지난 2월에만 총 9일(11회)에 걸쳐 단기물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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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 파트너스가 100%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발행한 단기물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신용등급 하락, 기업회생 신청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이했는데, 이를 앞두고 단기물을 대거 발행한 것이다./사진=홈플러스 제공 |
발행액만 1807억원에 달하는데, 종류별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1517억원(4회) △단기채 160억원(4회) △기업어음 130억원(3회) 순이었다.
지난달 발행한 단기물을 일자별로 보면 △3일 50억원(단기채) △4일 158억원(단기채 60억원, ABSTB 98억원) △7일 50억원(기업어음) △10일 356억원(ABSTB) △14일 30억원(기업어음) △17일 244억원(ABSTB) △18일 30억원(단기채) △21일 70억원(기업어음 50억원, 단가채 20억원) △25일 820억원(ABSTB)을 차례로 발행했다.
특히 25일은 홈플러스가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A3→A3-)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은 날이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 태연히 ABSTB를 820억원이나 발행한 것이다.
또 신용등급 및 단기물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2월 24일 신용등급 강등(A2-→A3+) 당시 발행한 단기물은 총 1185억원이었다. 지난 2023년 2월 27일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A3+→A3)될 당시에는 1078억원의 단기물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지난달 27일 신용등급 강등(A3→A3-) 당시 가장 많은 액수인 총 1807억원의 단기물을 발행했다.
강 의원실이 금융투자업계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의 돌발 기업회생 신청하기 직전까지 홈플러스를 통해 발행된 단기물 판매 잔액 규모는 총 59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리테일 판매분은 개인(676건) 2075억원, 법인(기술·전자·해운업 영위 중소기업 등 192건)은 3327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지난달 27일 'A3-'로 신용등급 하락을 공식 확인하고, 이달 4일 법원 회생절차를 밟았다는 점이다.
이는 비슷한 행보를 겪은 기업들과도 대비된다. 강 의원실이 지난 2010~2024년 '신용등급 하향과 워크아웃 및 회생신청 기업'을 정리한 결과, 총 7개사가 홈플러스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이 중 기업회생 신청까지 가장 오래 소요된 곳은 LIG건설로 약 3년 10개월에 달했다. 가장 짧았던 곳은 웅진으로 약 2개월이 소요됐다.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기업회생 절차까지 밟는 데 최소 2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셈인데, 홈플러스는 단 5일만에 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다.
한편 가결산 자료를 통해 확인된 홈플러스의 부채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 8조 457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425%에 달한다. 이 중 금융부채가 6조 9603억원이며, 금융부채비율은 1173%에 육박한다.
강 의원은 "최근 10여년 동안 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 중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자금조달 경색을 사유로 제대로 된 자구책 제시조차 없이 선제적으로 회생 신청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MBK 파트너스가 그만큼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한 사모펀드사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했다고 자금조달 경색 사유로 단 5일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건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라며 "최소 2월에 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는 무시한 채 2000억원에 달하는 단기물을 발행한 것이기에 사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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