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주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공급 확대 차원에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며 중금리대출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포함하면서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취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형국이다.
총량규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막고자 금융사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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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이 취급한 민간중금리대출은 9조4920억원으로 전년(6조1598억원) 대비 54.1% 급증했다. 2022년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은 9조2511억원이었다. 2023년에 33.4%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규모가 회복됐다.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악화와 고금리가 지속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이게 됐다. 또 대출금리 상승으로 민간중금리 상품의 금리 상한선인 17.5%를 넘기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민간중금리 취급 규모가 감소했다.
그러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겨 민간중금리대출 규모가 확대됐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지는 추세다. 올 1월 SBI저축은행의 SBI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4.82%로 전월(15.60%) 대비 0.78%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의 웰컴중금리대출 평균금리는 연 15.19%로 0.24%포인트 내렸다.
중금리대출 제도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해왔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의 개인 대출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업권별 금리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저축은행 민간중금리 대출상품의 금리 상한은 17.25~17.5%였다.
저축은행들은 현재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 중금리대출을 수익 보완책으로 여기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총량규제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총량규제로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중·저신용자는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신용점수가 낮은 경우 저축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4분기 민간중금리대출을 취급한 30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13곳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차주에게 중금리대출을 내준 곳은 9곳, 400점 이하는 3곳에 불과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외치면서 중금리대출을 총량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면 오히려 시장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며 “햇살론·사잇돌2와 같은 정책자금 보증대출은 총량규제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용자격이나 조건이 까다로워 민간중금리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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