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받은 것 없고, 홈플런 행사로 고객 유입도 늘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지금 당장은 아무 문제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우리는 그냥 지켜볼 뿐이에요, 폭풍전야처럼 고요해요. 아직은.”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 강서점 4층 임대업체 중 의류 매장 관계자의 말이다.

17일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았다.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을 한 이후 불과 2주 가량 경과했지만, 해당 매장은 창립 28주년 할인행사 ‘홈플런’을 맞아 방문객으로 붐볐다.

   
▲ 홈플러스 강서점 계산대 전경./사진=미디어펜 권동현 기자

손님은 많았지만, 정작 홈플러스 입점업체들은 장기적인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1층 이벤트존에서 매대에 의류를 걸어놓으면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한 점장을 만났다. 그 점장은 “홈플런 행사 덕분에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된다”며 “납품 중단이나 정산 미지급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권 사용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며 “망했다면 다 철수해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입점업체들은 “본사(홈플러스) 직원들이 기자들이 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제 우리한테 말하지 말고 본사 직원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점업체 점장은 “지난번 모 매체 기자가 명함도 주지 않고 질문하더니 기사를 이상하게 썼다”며 “그걸 보고 우리도 이제 기자들에게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했다.

4층 임대 의류 매장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 매장 관계자는 “납품 중단 없이 장사가 유지되고 있다”며 “요즘은 서로 말도 잘 안 꺼내고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폭풍 전야 같은 느낌”이라며 “이제 상황이 터지면 끝나는 거고, 아니면 그냥 이대로 가는 거고”라고 덧붙였다.

   
▲ 홈플러스 고양종합터미널점 계산대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권동현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홈플러스 고양종합터미널점의 분위기도 강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홈플러스 고양종합터미널점 입점업체 관계자는 “정산 지연이나 납품 중단같은건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우린 그런거 잘 모른다”며 “이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아는 것 좀 있으면 알려달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입점업체들 사이에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입점업체들은 입을 모아 “MBK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매출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돈을 못 받은 것도 없고, 홈플런 행사로 고객 유입도 늘었다”고 말했다. 

MBK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3월 이후 방향이 드러날 예정이다. 만약 3월 정산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면 홈플러스는 기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 정산금이 지연될 경우, 8000여 곳의 입점업체와 협력업체, 납품업체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발생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정산 미지급은 없지만 3월부터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우리는 그냥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입점업체들은 현재 상황에서 매출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3월 정산 지연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매장의 현 상황은 당장 매출과 장사에 집중하며 폭풍전야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16일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 “김병주 회장이 구체적으로 얼마를 출연할지 또는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며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금액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거래 채권 규모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고 현재 보도된 금액들은 홈플러스가 밝힌 내용이 아니라, 제3자의 자료나 추정에 근거한 수치”라며 “소상공인 및 영세업자의 범위와 금액 규모는 재무 부서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 14일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국회 현안질의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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