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부 진현우 기자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여야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승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모두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진정성에 대해선 서로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광장은 이미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하는 비상 상황이 엿보인다.
 
지난 주말에도 전국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 또는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으로 약 11만명(탄핵 찬성 4만명·탄핵 반대 6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여야는 12.3 비상계엄 이후 줄곧 거리로 나와 광장의 정치를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여야 공동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자는 메시지를 내자고 제안한 것에 이어 17일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작금의 국가적 혼란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뜻은 밝히면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안정적으로 국가 정상화가 이뤄지기 위해 윤 대통령의 마지막 한 점 양심을 확인하려 한다"며 "윤석열의 입으로 승복을 약속할 시간"이라고 했다.

여야가 일제히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면서 광장의 갈라진 골은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광화문 앞에 천막을 설치해놓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의원들이 밤 늦게까지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매일 서울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약 9km에 이르는 거리를 도보행진했고, 조국혁신당은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삼보일배한 것에 이어 지도부를 시작으로 '릴레이 1만배'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초선 의원부터 다선의원에, 일부 잠룡까지 나서면서 일각에선 윤 대통령을 비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차기 당대표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란 비아냥도 사고 있다.  

   
▲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국회에 시급한 현안들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혁 비상행동이 연 15차 범시민 대행진(왼쪽) 모습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연 광화문 국민대회(오른쪽)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동안 헌재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치권이 이를 정치행위로 풀지 못한 채 광장에서 연론몰이로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만 높이는 것에 우려가 커진다.

이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도 대비해야 하는 정치권이 여지껏 여론 갈라치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경제도 외교도 불안하기만 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심리 기간만 93일을 넘기면서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기 심리 기록을 다시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91일을 이어온 것을 감안하면, 재판관들도 숙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승복을 두고 신경전만 벌이는 것은 국회 신뢰도를 낮추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헌법기관의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국론분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제 어떠한 부가조건을 달지 말고 오로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살릴 정책을 논의해야 할 때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의료개혁 문제 등 국회에 시급하게 처리할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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