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부문의 취약성을 발견했다. 자회사 인수합병(M&A) 사전검토를 비롯 금융사고 관리 등에서 직전 검사 대비 매우 미흡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결과를 토대로 우리금융의 경평 등급을 현행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추후 금융위원회의 심사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19일 본원 브리핑실에서 우리금융지주·은행 대상 경영실태평가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이복현 원장이 직접 나섰는데, 당초 기자들에게 배포한 일정계획에서는 이날 브리핑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원장이 없던 일정을 꾸려 발표에 직접 나설 정도로, 우리금융의 경평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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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부문의 취약성을 발견했다. 자회사 인수합병(M&A) 사전검토를 비롯 금융사고 관리 등에서 직전 검사 대비 매우 미흡했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금감원은 그동안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지난해 경영활동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해왔다. 주요 검사 결과는 전날 우리금융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날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건을 별도 분리해 우선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금융 측은 지난 1월 보험사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당국에 신청했다. 이에 금감원이 최신 경영현황을 고려해 편입승인 건을 심사 중이며, 심사결과를 추후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내부통제·리스크관리 부문 미흡했다"
이 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우리금융이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경영실태평가는 금융지주사와 관련 자회사 등의 경영건전성 유지를 위해 당국이 객관적 현황을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대상은 크게 3개(△리스크관리(R) 40% △재무상태(F) 30% △잠재적 충격(I) 30% 등으로 구분하며, 세부적으로 11개 세부 평가부문 및 50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된다.
R부문은 이사회·경영진의 리스크 관리능력 적정성과 그룹 내부통제 적정성 등을 검토한다. F부문은 그룹 전체의 재무견실도가 중점 검사 대상이다. I부문은 금융지주 및 자회사 등의 현황이 주력자회사에 대한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평가결과는 1~5등급 및 등급별로 다시 3단계(+,0,-)로 구분해, 총 15등급 체계의 종합평가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같은 평가지표에 따라 점검한 결과, 우리금융은 R부문에서 △자회사 M&A 등 주요 경영의사결정 시 사전검토 미흡 △자회사 리스크한도 관리 미흡 △주요 자회사의 거액·반복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 미흡 등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손태승 전 회장과 그의 친인척 관련 불법대출 730억원 사건, 200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 사고 이후 보고·수습 등의 과정에서의 내부통제 실패 등이 R부문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I부문에서도 △자회사 등에 대한 업무지원 및 통할 미흡 △그룹내 내부거래 관리 미흡 등으로 당국 기준을 충족치 못했다.
이 원장은 "직전 경영실태평가에 대비해 세부 평가항목 중 상향조정된 항목보다 하향조정된 항목이 다수 발생했다"며 "이는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할 경우에도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물건너가나
금감원의 이날 발표를 종합하면 우리금융·은행은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당국이 수년 전부터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금융권의 자성적 노력을 강조했던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경평결과는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심사결과를 앞둔 우리금융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경평 등급을 현행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키로 결정한 상태다. 자회사 편입 승인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의 경영 실태 평가 결과에서 종합평가등급은 2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또 편입대상 회사에 적용되는 금융관련 법령에 의한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 등급은 3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를 의뢰받아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금융감독원의 심사의견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법령상 편입승인 요건의 확인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및 소관 검사국에 경평 등급 등 사실조회를 실시한 상태다. 또 우리금융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 추가자료를 제출받아 심사 중이다. 금감원은 곧 심사결과를 결정할 금융위에 관련 검사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오는 5월께 정례회의에서 최종 편입 승인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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