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황증거로 판단, 시정명령 및 과징금 3700만 원 부과
“외형적 개연성 상당”,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 적용 확대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CCTV 보안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 피심인들이 사용한 규격입찰서 포장박스./사진=공정위


공정위는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있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으나 다수의 정황증거가 있어 담합을 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서 향후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의 적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3건의 CCTV 보안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규격입찰서 대리 작성을 합의한 브이유텍·넥스챌·오티에스 3개 사업자들이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추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실질적 답합을 주도한 브이유텍에게는 1800만 원의 과징금을, 입찰에 참여한 넥스챌에게는 1300만 원을, 또다른 참여자 오티에스에는 6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CCTV 보안시스템은 CCTV 영상 보안을 위한 통합 관제 소프트웨어로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녹화해 관리자로 하여금 비상사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이유텍이 다른 피심인들의 규격입찰서를 대리 작성해 제출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인정되고, 다수의 정황증거를 통해 행위의 외형상의 일치와 행위를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확인돼 피심인들이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담합 배경으로 공정위는 3가지 요소를 들었다. 우선 브이유텍은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제한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고, 자신이 한국가스공사에 구축해 놓은 CCTV 보안시스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와의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브이유텍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지난 2022년 6월 13일부터 같은해 12월 10일까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라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발주기관인 한국가스공사도 사업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인 브이유텍의 사업참가를 원하고 있었으며, 유찰을 방지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봤다.

브이유텍의 권유에 의해 입찰에 참가한 넥스챌과 오티에스는 문제가 된 3개의 입찰 중 각 1건씩 낙찰받는 것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입찰에 참가할 유인이 존재했다는 결론이다.

구체적인 행위로 보면, 브이유텍의 부정당업체 제재기간 중 넥스챌과 오티에스는 브이유텍의 권유로 입찰에 참여한 점, 브이유텍이 참여하지 못하는 2개의 입찰에서 넥스챌과 오티에스가 각 1건씩 낙찰받은 점, 낙찰자는 낙찰자 버전, 탈락자는 탈락자 버전의 규격입찰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합의에 관한 외형상 일치가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입찰의 모든 과정을 브이유텍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각 입찰별 낙찰예정자와 투찰금액도 브이유텍 주도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넥스챌과 오티에스의 경우 이 입찰들에서 낙찰받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와 역할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발주기관도 입찰 전반에서 브이유텍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특히 이들이 제출한 규격입찰서는 낙찰되는 경우와 탈락되는 경우로 구분돼 작성됐고, 모두 동일한 포장상자에 담겨 제출됐다는 점과 탈락자 버전의 규격입찰서는 보안대책, 하자보수계획서 항목 등을 생략했고, 잘못된 정보 또는 오탈자까지 동일했다는 부분을 짚었다.

예를 들면 ‘Windows 10 pro 64bit’의 표기사항을 ‘Cent OS Linux 7.0’으로 동일하게 잘못 표기하거나 ‘녹화파일 암호 입력 후 재생’이라는 문구를 ‘노고하파일 암호 입력 후 재생’, ‘통계소 성능검사 항목 참조’를 ‘통계소 성능검사 항복 참조’라는 오탈 문구가 일치되는 점 등을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합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의사연락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법률상 합의 추정을 통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인정한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공공분야 입찰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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