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수주 기조 속 올해 '도정' 수주 아직 없어
반도체 중심 신사업 동력·재무안정성 확보 주력
[미디어펜=조성준 기자]SK에코플랜트가 올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대신 신사업 확장과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업황이 안좋을 것으로 판단, 무리한 수주전 전개를 지양하고 향후 있을 기업공개(IPO)에 대비해 수익성과 재무구조 다지기에 한창이다.

   
▲ SK에코플랜트 본사 입구 모습./사진=SK에코플랜트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3월 현재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없다. 지난해 가장 먼저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해 약 1조3000억 원 어치를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중 도시정비 수주액 순위 9위에 올랐던 것을 상기해봐도 1분기가 다 지나가도록 수주건이 없는 것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10대 건설사 가운데에서 아직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신고하지 못한 곳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이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곧 수주를 앞뒀거나 주요 이슈로 인해 수주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저마다 사정이 있는 데 반해 SK에코플랜트의 그것은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몇 년 전부터 본격화한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은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특히 원자재 가격이 올라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급등하면서 사업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여러 건설사들은 선택과 집중인 '선별수주'를 펼치고 있는데, SK에코플랜트는 더욱 깐깐한 기준으로 선별수주를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발생하는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신 반도체를 위시한 신사업을 키우는 한편 한계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성장 동력과 재무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 종합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신사업 투자를 위해 지난해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주식을 매각하고, 1300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하이테크 사업부도 신설하기도 했다. 이는 그룹 차원의 반도체 사업 강화 기조와도 관련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반면 환경 사업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영역은 과감히 정리해 재무안정성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폐플라스틱기업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각각 65억 원, 71억 원에 매각했으며, 올해는 리뉴어스와 SK오션플랜트 매각도 추진 중이다.

SK에코플랜트의 이 같은 전략은 향후 있을 IPO와도 관계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성장 전략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IPO를 마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기한을 고려하면 올해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을 수립하고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들을 정리해 재무건전성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IPO에서는 시장분위기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 등도 높아야 하는 등 종합 평가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SK에코플랜트의 최근 행보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전통적인 주택·토목 사업의 빈자리를 신사업 육성으로 채워나가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며 "(도시정비사업은) 수주 건수보다 사업 규모나 수주 가능성이 중요해 현 상황에선 무리한 수주전을 펼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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