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국내 전선 기업들의 수주 확대 기대감이 높아진다. 지중과 해저 HVDC(초고압직류송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인프라 국내 산업도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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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전선이 동해시 사업장 인근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노후 송전망 교체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의 안정적 전력 수송을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제시했다. 전력 소비가 높은 수도권과 주요 산업 지역으로 전력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등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다.
정부는 먼저 2030년까지 11조 원을 들여 총 593km에 달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해상과 육상을 복합해 구축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한다. 이후 2040년까지 남해안과 동해안에 걸쳐 HVDC 해상전력망을 구축해 서해안과 영호남, 동해안을 연결하는 U자 형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은 HVDC 송전망 구축이라는 고난도 사업 특성상 설계부터 제작, 시공까지 턴키(일괄 수주) 역량을 갖춘 기업에게 수혜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에서지중과 해저 HVDC 케이블을 모두 시공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LS전선이 유일하다.
LS전선은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제주-해남 간 90㎞ 해저 HVDC 프로젝트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당시 해저 500㎸급 직류 케이블을 자체 설계·생산하고, 시공까지 턴키 방식으로 완료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지중 HVDC 역시 지난 2023년 수도권 연계 송전망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하며 국내 유일의 복합 시공 실적을 갖추게 됐다.
이번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서해안 HVDC 구축 사업 또한 대부분이 해저케이블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LS전선이 실질적으로 단독 수주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VDC 케이블은 기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아 글로벌에서도 소수 업체만 대응 가능하다"며 "국내에선 시공·설계·품질 보증까지 독립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LS전선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LS전선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의 포설선 확보도 LS전선의 HVDC 수주 경쟁력에 시너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최초 독자 포설선 건조에 착수한 상태다. 길이 140m급 선박에 대형 턴테이블과 정밀 위치 제어 장비가 탑재되며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해저케이블 포설은 고가의 선박 장비와 특수 노하우가 필요해, 대부분 글로벌 전문 시공사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LS마린솔루션이 독자 포설선을 확보하면 LS전선은 시공 비용 절감은 물론 프로젝트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한편 대한전선도 일부 구간에서 단독 또는 공동 수주 형태로 LS전선과 경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전선은 세계 인증을 받은 전류형 및 전압형 HVDC 지중 케이블 개발을 완료했으며, 해저케이블 공장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대규모 인허가와 해양 환경 영향 평가가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로, 정책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도 경계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ABCDEF 국가전략산업 구상 중 에너지 부문을 핵심 축으로 삼고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검토 중인 만큼, 에너지 인프라 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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