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스마트패션 등 차세대 제품 적용 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술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평면 패널 경쟁에서 벗어나 접히고, 말리고 투명하게 비치는 화면들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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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플렉스 인앤아웃 플립'. 안팎으로 모두 접히는 게 특징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휘어지는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겸비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플립 시리즈에 사용되는 유연한 초박막 OLED 기술을 대중화시킨 데 이어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김밥처럼 말리는 롤러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폼팩터 개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패널 내장형 카메라(UPC), 저온 폴리이미드(LTPO) 기반 기술은 전력 효율성과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는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은 이를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노트북·웨어러블 기기까지 확장하며 폼팩터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향후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에도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전망이 나올 만큼 시장의 신뢰도가 높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약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납기를 위해 내년 중 최대 800만 개의 폴더블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라는 말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 분야에서 앞장 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한 이후 지하철 스크린도어, 백화점 쇼윈도, 병원 안내 패널 등 상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최근엔 파주 OLED 캠퍼스에 1조2600억 원을 투자해 투명·플렉서블 OLED 양산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간거래(B2B)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이라는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도 시장에 적극적이다. BOE는 투명 LCD 기술을 중심으로 하되 제품의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유럽·중동·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 기판 기반 반도체 패키징(GCS) 기술을 선보이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간 융합을 시도 중이다. 이 회사 역시 롤러블·웨이브형 플렉서블과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폼팩터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기술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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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미래형 의류 및 가방 콘셉트. 패션 모델이 상의 중앙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의류 콘셉트(박윤희 디자이너)를 착용하고 있다./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
◆'상호작용 인터페이스'로 진화하는 디스플레이
국내외 기업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유망성에 있다. 정보통신(IT)이나 전장 기기뿐만 아니라 의료, 리테일까지 전방산업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투데이에 따르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4년 약 38억 달러에서 올해 5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또한 같은 기간 278억 달러에서 345억 달러로 확대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30.7%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양 기술이 융합된 통합 시장은 2033년까지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약 110억 달러, 한화로 약 1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규모가 확대될 수록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를 넘어 전방산업 전반의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정보 출력 장치'가 아닌 '공간을 활용한 상호작용 인터페이스'로서의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화질이나 두께 경쟁을 넘어, 얼마나 다양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투명성과 유연성은 디스플레이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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