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로 유리기판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성능 AI 반도체 패키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신 평탄도와 열 안정성,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에서 우수한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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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C가 CES 2025에 전시한 유리기판./사진=SKC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기판 대비 전력 소모를 30%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칩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AI 반도체, 고대역폭 메모리(HBM)와의 통합이 필수적인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필수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징용 유리기판 시장은 2025년 2300만 달러에서 2034년 42억 달러까지 연평균 80% 가까운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급팽창을 앞두고 국내 주요 전자·소재 기업들이 유리기판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유리기판 양산을 위한 라인을 이미 확보하고 평가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삼성전기는 TGV 기술을 유리기판에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리 소재 특성상 가공 과정에 쉽게 균열이 발생하는데, 해당 기술로 균열 없이 미세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유리기판과 구리 배선의 밀착력을 높이는 시드층 접착 기법 등 신기술이 적용됐다.
LG이노텍도 고성능 통신·AI 반도체를 겨냥한 유리기판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SKC는 유리기판 모듈 원천 기술 확보를 바탕으로 초도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SKC와 삼성전기가 유리기판 시장 선점에 앞서 있는 가운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이들 기업이 구글,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실제 수주를 확보하는 속도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고객사 수요에 따라 향후 시장 규모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3사의 경쟁 구도는 기술력은 물론 고객 확보와 양산 신뢰도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유리기판 개발이 한창이다. 세계 반도체용 기판 1위 업체인 일본 이비덴(IBIDEN)도 유리기판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전통 반도체 패키징 강자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다만 평탄도 확보와 대형화 공정의 한계로 상용화 속도는 한국 기업에 비해 더딘 것으로 관측된다.
유리기판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던 인텔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회사의 주력 사업 분야인 중앙처리장치(CPU)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코닝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유리기판 장기 수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렇듯 AI 반도체가 클라우드, 자율주행, 생성형 AI 등 주요 기술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유리기판은 소재 생태계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기술력과 양산 신뢰도를 갖춘 기업이 글로벌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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