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N 확보에도 품목별 관세 변수 여전
소부장 업계, 국내 생산 이전 수혜 기대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가 임박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최혜국 대우(MFN·Most Favored Nation)를 확보했지만, 정작 글로벌 공급망 현실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관세 적용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5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및 관련 제조장비에 대한 국가안보 영향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관세 부과 여부와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관련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타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하는 MFN을 약속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중간재 형태로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비중이 높아 최혜국 지위가 곧바로 실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미 직접 수출 비중 역시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메모리반도체 미국 수출은 11위에 머물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결국 후공정을 거치기 위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경유해 미국으로 반도체 제품이 공급된다"며 "이 때문에 MFN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혜택이 생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품목별 관세에 '촉각'

국내 기업들은 MFN 지위보다 품목별 차등 적용되는 세부 관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 타결로 상호 관세율이 낮더라도 기존보다 높은 세금 부과는 기업 입장에선 큰 변수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의 조사와 향후 발표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당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영향 최소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현재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정·재계와 접촉하며 관세 관련 대응을 진행 중일 것이라는 말도 흘러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세 조건은 향후 투자 로드맵에 변수가 될 수 있다.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관세 부과 시 미국 현지 사업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 후 중국·동남아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지만, 미국이 이 구조 자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후공정 중심의 미국 재배치 가능성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높은 수준은 아닐 수 있지만 2~3%만 붙어도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치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를 유도하려는 압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MFN 조치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 ODM(제조자개발생산) 생산분이 고율 관세에 노출될 경우 일부 물량은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청과 소부장 업체 간 관세 부담 분담 구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관세를 일부라도 소부장 기업에 전가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업체별 가격 협상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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