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고율 관세 시 전자부품사 직격탄
멕시코·미국 현지 생산 늘리며 '예의주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금주 발표 예정인 반도체 관세를 앞두고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로 반도체 관세 예외 적용 가능성이 크지만, 스마트폰·PC 등 완제품과 그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여전히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서다.

   
▲ 삼성전기 전장용 반도체기판(FCBGA) 샘플./사진=삼성전기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자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주 중 반도체를 포함한 품목별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중(對中) 견제와 자국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통상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현재 미국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세 면제가 유력하다. 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100%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한국의 경우 상호관세에서 최혜국대우(MFN) 합의를 이뤄, 고율은 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 측이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품목'이라는 이유로 반도체에 관세를 매길 가능성의 일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반도체 파생 품목에 해당하는 전자부품 업계다. 반도체 관세를 피하더라도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PC·서버 등 완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그 여파가 부품사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완제품 제조사들이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 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주요 부품사는 북미 주요 고객사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변화에 민감하다. 이에 이들은 미국·멕시코 등 무관세 혜택 지역의 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동남아·인도 등 대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패키지 기판(FC-BGA),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고부가가치 부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에 따라 멕시코에 건설 예정이었던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장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필요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과 연계해 FC-BGA 공급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생산 거점을 멕시코·베트남 등으로 분산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올해 베트남 공장과 멕시코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며 글로벌 생산지 활용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주요 고객사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 공장 내 카메라 모듈 등 전장부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세 리스크 축소뿐만 아니라 납기일 단축 효과까지 노린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생산품의 경우 USMCA 규정을 충족하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부품은 관세율이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완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곧 발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세 변동성을 줄이려면 생산 거점 다변화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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