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c 공정·파운드리 앞세워 품질 경쟁 나서
HBM 시장 성장세는 지속...2027년 49조원 전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대가 막을 올렸다.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 체제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앞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 경쟁에서 초미세 공정을 통한 기술 차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D램과 로직(연산 담당 칩) 모두에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공정과 자사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했다. 집적도와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력 소모를 줄여냈다. SK하이닉스가 HBM4 생산에서 1b 공정을 적용했다고 전해지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미세 공정을 통해 성능과 품질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파운드리 역량이다. HBM4는 로직 다이와 메모리 다이를 고객 요구에 맞춰 설계·생산하는 커스터마이징 성향이 강한 만큼, 베이스 다이까지 직접 생산하는 원스톱 체제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HBM4 개발을 마치고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엔지니어링 샘플을 제공했다.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팹인 P4(Phase 4·평택 4캠퍼스) 등을 중심으로 양산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HBM4의 기반인 1c D램의 내부양산승인(PRA)을 마친 바 있다.

P4는 총 4개의 페이즈(ph)로 나뉜다. 낸드와 D램 양산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라인 ph1과 D램 양산 라인인 ph3는 설비투자가 완료됐다. 현재 ph4에도 D램 설비투자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Phase 2는 당초 파운드리 라인으로 구축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D램 설비로 계획을 바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라인은 모두 HBM4 기반이 되는 1c(6세대 10나노급) D램을 주력으로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양산 체제 확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새 제품에는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추가 적용했다. 레고 블럭을 쌓듯 여러 층으로 쌓으면서도 발열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5세대인 HBM3E와 비교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높였으며, 동작 속도도 10Gbps(초당 10기가비트)를 넘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전략이 뚜렷하게 갈린다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양산 속도를 무기로 조기 시장 선점을 노린다면, 삼성전자는 고도화한 공정과 맞춤형 파운드리로 품질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4 최초 공급자로서 75% 이상의 공급 우선권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공정 난도가 높아질 수록 수율 안정화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초기에는 프리미엄이 붙지만, 생산능력 확대와 멀티 벤더 체제가 정착되면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HBM4부터 복수의 공급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올해 약 170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2027년 360억 달러(약 49조 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4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채택되면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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