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상반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내며 부진했던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중앙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예상된 위기에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었지만 조선‧해운업 여신에 대한 부실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대기업 여신에서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위한 전략적 수정이 진행 중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와 농협은행(은행장 이경섭)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상반기 경영평가 결과 '경고' 조치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상반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터라 이와 같은 조치는 예상된 바이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2013억 원 수준이다.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이 1조 3000억 원대의 충당금을 쌓은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총 1조 3589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 가운데 농협은행은 STX조선 4398억 원, STX중공업 1138억 원, 창명해운 2990억 원 등 조선‧해운업에 대해서만 1조 2000억 원대를 적립해 구조조정 영향을 크게 받았다.
농협금융 또한 2분기 2907억 원의 순손실을 포함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2013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는 결국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올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가장 치열한 여름을 보냈다"면서 "이자 이익‧비이자이익이 꾸준히 늘었고 비은행 부문 성과도 나쁘지 않아 하반기에는 좋은 성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올해에만 수차례 임직원 밤샘회의를 진행하면서 비상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에 임했다.
불필요한 부동산 매각, 계열사 슬림화 등과 함께 홍보조직 개편에 나서기도 했으며 농협은행의 주간 회의는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도 없이 난국 타개에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은 대기업 여신에서 기록한 대규모 적자를 중소기업 대출로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던 농협은행은 현대중공업 신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대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비중이 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 10일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중소기업 지원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26억 2600만원을 출연한 농협은행은 서울 소재 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앞선 5월에는 중소‧중견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과 해외 온렌딩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내실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면서 "중소기업 부문으로 대출을 확대해 건전성을 높여간다면 하반기 '턴어라운드'도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낙관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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