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따를 확률 높지만 실적 좋지않아 회수 나설 가능성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농협은행이 삼성중공업 여신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6개월 이상 만기를 연장한 가운데 농협은행도 비슷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 부담이 워낙 큰 점이 변수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최근 삼성중공업에 대한 단기차입금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삼성중공업 여신 1500억원에 대해 오는 17일 도래하는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지난 9일 결정했다. 이미 국민은행은 앞선 6일 '6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 농협은행이 삼성중공업 여신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6개월 이상 만기를 연장한 가운데 농협은행도 비슷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 부담이 워낙 큰 점이 변수다. /연합뉴스


당초 여신 만기를 축소해오고 있었던 채권은행들의 이번 조치는 삼성중공업이 마련한 자구계획안이 설득력 있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은 1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신규수주 또한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여 채권은행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려놨다는 평가다. 신한‧국민 등의 이번 만기 연장은 삼성중공업이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단, 농협은행의 경우 아직까지는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비해 시간은 그렇게 촉박하지 않다. 농협은행의 삼성중공업 여신 2000억원의 만기는 내달 1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하기엔 다소 이른 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기타 채권은행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삼성중공업을 대하고 있는 만큼 농협은행 또한 비슷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일단 농협은행은 지난 7월 삼성중공업 여신을 3개월 연장한 사례가 있다. 이 역시 다른 은행들과 발을 맞춰 내린 판단이었다. 

당시 농협은행은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이후 실제로 유상증자가 결의됐기 때문에 농협은행이 만기를 연장해 줄 명분 또한 확보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내년 5월까지 선박건조, 자재 구매대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세부 계획까지 밝혀 둔 상태다. 

덧붙여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2조 2000억원 중 2조원에 대해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은행에 대해서도 만기연장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점에서 삼성중공업이 상환 의사를 밝힌 여신은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2000억원 규모의 제작금융이 유일하다.

문제는 농협은행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시중 주요은행들이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농협은행만큼은 사상 최대 수준인 3290억원의 적자를 내며 '마이너스 실적'의 수모를 떠안았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대손비용 1조 1200억원을 비롯해 총 1조3589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서울 상암월드컵지점 등 전국 5곳의 지점을 매각하고 불필요한 지점을 통폐합하는 등 '실탄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예정인 부동산 중 일부는 유찰되기도 한 터라 현금 확보에 적신호가 켜지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회사 전체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금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됐을 경우에는 여신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은 셈이다.

농협은행 측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당장 판단을 내려야 할 만큼 시일이 촉박하지는 않다"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 정도만 세워져 있을 뿐 (여신만기와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