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김창훈 "사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다"…스승 조세현 작가 "사진의 본질, 자긍심과 자존감 찾기"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노숙인들은 심리적·경제적인 면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우울증으로 건강을 해치는 이는 물론이고 사업 실패로 생계를 꾸리지 못해 거리로 나앉은 이,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숙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재기에 성공해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사례와 이들의 걱정을 덜어준 정부·지자체 지원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노숙인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자립의 의지를 다짐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노숙인⑦]거리의 삶에서 희망사진사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자신감. 사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사진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나 자신을 드러내게 됐다. 도박 중독을 끊을 수 있었다. 희망을 찍어드리는 그런 사진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비전 주시고 긍정적으로 가르쳐 주신 조세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2015년 1월 서울시의 노숙인 사진교육과정인 '희망프레임'을 졸업한 후 광화문 광장에 있는 희망사진관에서 광화문 사진사로 일하고 있는 김창훈 작가(45)의 말이다.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이혼한 후 몇 년간 노숙을 하며 아무런 꿈을 찾질 못했던 김 작가는 누군가에게 찍히기도 싫고 찍는 것도 꺼렸다.

그러다 당시 서울시 희망프레임에서 조세현 작가로부터 사진을 배우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지난 2년간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의 사진을 찍어주는 희망사진사로 일하고 있다. 이런 사연이 한 방송에도 소개되어 12~13년 만에 가족과 고향친구들도 찾게 됐다.

김 작가는 다른 노숙인들에게 "서울시에서 지원했던 모든 프로그램이 나에겐 큰 약이 됐다. 더 많은 노숙인들이 자활프로그램이 최대한 많이 참여하길 소원한다"며 "기회를 잡으시라. 그런 기회를 있을 때마다 찾아 다시 희망을 갖고 사회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울시 희망프레임은 2012년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87명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 작가는 현재 빅이슈 소속으로 희망사진관 부스에서 일하면서 한마음F&C에서 재능기부로 장수사진을 찍고 있다. 이혼해 귀국한 뒤 장애활동보조인과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했지만 도박은 끊지 못했던 김 작가에게 조세현 작가는 2년 전 사진이라는 '좋은 중독'을 가르쳤다.

   
▲ 서울시 희망아카데미는 11월까지 매주 1회 실습과 관광지 출사를 나간다./사진=서울시 제공

조 작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가르쳐서 노숙인들의 자긍심과 심리적 자존심, 자존감을 찾고자 한다. 그게 파인딩이고 사진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지난 2012년 9월 사단법인 '조세현의희망프레임'을 설립한 후, 서울시를 필두로 하여 삼성꿈장학재단·코카콜라·보건복지부·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희망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진교육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조 작가는 작년부터 서울시와 협력하여 고급과정인 희망아카데미 사진학교를 열고, 노숙인들을 사진작가로 키우는 교육과 전시회를 병행하며 이들에게 자립과 재활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희망아카데미 2기로 35명이 입학하기도 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새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돌파하고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러분이 우리나라의 많은 다른 분들께 희망이 되고 있다"며 "희망은 절대 지지 않습니다. 여러분 희망을 가집시다"라고 밝혔다.

전국 최초의 노숙인 사진전문학교인 서울시 희망아카데미의 목표는 사진기술뿐 아니라 문화·예술·인문학 등 종합적 소양을 갖춘 노숙인 사진작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가수 이현우와 피아니스트 노영심, 혜민 스님 및 김용택 시인 등 10여명의 멘토단이 함께 한다.

11월까지 매주 1회씩 패션모델 촬영 및 야간촬영 등 실습과 관광지 출사, 포토샵 교육 등을 진행하고 아카데미를 마친 후에는 전시회와 작품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윤순용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이와 관련해 "희망아카데미가 노숙인들의 자신감 회복과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사진전문학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서울시는 전국 최초의 노숙인 사진전문학교 희망아카데미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운영한다./사진=서울시 제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