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 낮추면 원전 부품 산업 등 붕괴
기술자 유출·연구 시설 축소 등 발생 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원전 산업 생태계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영국·사우디·체코를 비롯한 신규 원전 건설국에서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전개하겠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에너지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에너지 사업이 직면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새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신고리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백 장관은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 비중을 축소해 안정성과 환경성을 강화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원전 해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와 인력양성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백 장관은 원전 수주와 관련해 영국·체코·프랑스 등을 순방했으며,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칼둔 아부다비행정청 장관 등을 만나고 상용원전 수주를 위한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도 협의 중이다.

그러나 원자력업계는 백 장관의 말과 달리 세계 각국이 탈원전 기조를 포기하고 원전 비중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이어지면 기술력 정체 및 하락 등으로 향후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중국핵공업집단공사와 중국핵공업건설집단을 인수합병(M&A), 자산규모 102조원의 원자력 국영기업을 탄생시키고 오는 2030년 원전 1위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원전 수출 경쟁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APR 1400' 모형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업계는 미국의 경우 원전의 발전원가가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원전 비중을 낮추는 과정에서 원전 부품산업이 붕괴하면서 원전 건설시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무어사이드 원전을 발주한 영국은 원전 종주국이었으나 한동안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기술력이 저하돼 외국 업체에게 건설을 맡기게 됐으며, 2011년 세계 원전의 25% 가량을 건설했던 프랑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취소했으며,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일본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인해 전기료가 급증하자 원전 재가동에 돌입했다.

또한 탈원전 선언이 폴란드 원전 수주에서 일본에 밀린 것에 영향을 줬다면서 기술경쟁력 뿐만 아니라 인식 등 다른 요소들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신규발주가 60여기에 달하고, 계획·검토 중인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각각 160기·380기 가량"이라며 "산업부의 입장과 달리 오히려 미래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중시되는 가운데 탈원전 선언은 경쟁국에게 원전 기술력이 뒤쳐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기술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탈원전이라는 '역주행' 정책으로 기술자 유출 및 관련 연구 시설 축소 등이 발생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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