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김소남 불법자금 증거확보 목적으로 최측근 4명 동시압수수색…소환 시점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검찰이 최측근 4명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동시 압수수색하고 일부에 대해 비공개 조사하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의혹 수사를 확대하면서 소환을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친구인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과 정치적 멘토로 '방통대군'이라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해 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조만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직접 중간경과를 보고하고 피의자 신분 및 소환 등 이 전 대통령 조사 방식을 비롯해 향후 수사 일정에 관한 재가를 받을 방침이다.

윤석열 지검장은 당초 5일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검찰 내부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고, 6~7일 사이 구속 및 불구속 두 방식을 모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검찰이 최측근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소환해 조사하는 것이 이달 중순으로 점쳐온 이 전 대통령 소환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검찰이 이들에 대해 연루증거 및 진술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막바지 혐의 다지기에 나선 검찰이 소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검찰의 소환 시기 조율에는 앞서 불거졌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대보그룹 청탁에 이어 김소남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측이 억대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심 등 추가의혹이 더 있는지가 변수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액만 100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5일 천신일 회장과 최시중 전 위원장의 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두 사람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 검찰이 5일 최측근 4명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동시 압수수색하고 일부에 대해 비공개 조사하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의혹 수사를 확대했다./사진=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배경으로 "과거 대선자금이나 사면과 관계없다"며 "이 전 대통령 측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불법자금을 받는 과정에 천 회장 등이 개입한 단서가 나와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날 오전 동일한 혐의를 받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및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 전 차관과 이 전 대통령 대학 동기로 청계재단(대통령 재임 당시 이 전 대통령 재산 330억 원 출연해 2009년 설립) 이사장인 송 전 장관과 관련해 검찰은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련자들의 뒤집어진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는 물론 17대 대선 당시 논란으로 떠올랐던 도곡동 땅 등 다수의 차명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 내린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소환에 대비해 집권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를 비롯해 대검찰청 차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변호사 등이 변호인단을 꾸렸다.

최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조여 오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 사상 4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재가 후 검찰이 이번 주 내로 이 전 대통령에게 출석일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 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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