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물, 선베드 등 유료로 전환, 직원들 고자세 불만...남산 하얏트 매각 얘기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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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80~90년대 소위 잘나가는 젊은 세대들이 JJ마호니스, 야외 수영장 등을 찾으면서 사람들이 따라 몰리고 특별히 세일즈에 공을 들이지 않더라도 80% 중반대의 객실 점유율을 유지했던, 업계에서 부러움을 샀던 호텔이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콘래드, 파크 하얏트, 포시즌스 등 럭셔리 호텔들이 서울에 진출했고 로컬 호텔인 롯데호텔에서도 시그니엘을 론칭하면서 남산 하얏트의 시장 내 매력이 저하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만난 호텔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 분의 말을 들으면서 격하게 공감했었죠. 서울에 20~30년 이상 거주했던 이들이라면,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하 하얏트)에 대한 한 가지 이상의 추억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JJ마호니스에서 춤추며 열심히 '작업'했던 기억, 여름철에는 야외수영장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선탠도 하고 겨울철에는 아이스링크장도 아주 멋있었죠. 매년 똑 같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는데도 지겹지 않은 클래식함을 간직한 호텔, 연말 카운트다운 불꽃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하얏트였죠. 로비 라운지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듣는 라이브 가수들의 음악도 매력적이었고, 호텔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될 정도로 하얏트는 인증샷 찍기 명당이었죠.
개인적으로도 하얏트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JJ마호니스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놀았던 기억, 한강을 바라보며 먹는 조식 뷔페, 통유리로 밖을 바라보며 즐기던 사우나, 연말 카운트다운 파티 불꽃쇼를 보려고 하얏트로 향했는데 차들이 엄청 많아 소월로에서 새해를 맞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얏트 로비에 들어서면 보이는 차분한 조명과 아름답게 장식된 꽃들,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 공간이었죠. 저녁 8시30분부터 하얏트 델리에서 50% 세일한다고 줄서서 빵을 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가장 호텔다운 호텔, 클래식함을 간직한 호텔, 이국적인 호텔이 남산 하얏트였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하얏트의 추억과 명성이 무너졌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친절하지 못하고 고자세로 고객을 대한다, 룸 청소가 불량이다, 심지어 룸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옷장에 있던 옷들이 모두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얏트는 기존 무료로 제공했던 것들도 점점 유료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투숙객들에게 주차비도 받고 있고 로비 라운지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물 한잔 달라고 하면 "물 따로 주문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올해부터는 야외 수영장의 일부 명당자리의 선베드도 유료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숙박비 저렴하게 나왔다고 섣불리 예약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 대한 의견도 많습니다. 노조가 강한 호텔이라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길어 인건비 비중이 높아 적자를 만회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총지배인이 바뀌고 나서 하얏트가 무너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하얏트 본사가 남산 하얏트를 매각하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남산 하얏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본사가 직영하는 호텔입니다. 남산 하얏트의 건물주는 미국이라는 것이지요. 실제 하얏트 본사는 올해 초 하와이 마우이 섬의 안다즈 호텔과 샌프란시스코의 그랜드 하얏트 등 총 3개의 직영 호텔을 호스트 호텔앤 리조트라는 곳에 매각했습니다.
향후에도 하얏트는 보유 부동산을 추가 매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입찰 전에 참여했던 부동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하얏트 본사로부터 서울의 그랜드 하얏트도 매각 검토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1978년에 지어진 남산 하얏트는 1979년에 세워진 서울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과 함께 한국 호텔 산업을 이끌고 모범을 보여줬던 대표적인 호텔이었습니다. 아니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로컬호텔들이 노하우 부족으로 실수를 거듭할 때 남산 하얏트는 일본 자본과 미국의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호텔이었습니다. 부동산 적인 면에서도 배산임수의 서울 최고의 명당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텔입니다.
그런 하얏트가 점점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과거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찾아간 고객들을 '두 번 다시 찾지 않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가장 호텔다운 호텔'로서의 명성을 지켜가길 기대해 봅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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