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 "유엔사와 협의 진행중"…유엔사, 지뢰제거 지지의사에도 비행금지구역 등 논란 불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사전에 긴밀한 협의가 없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미간 사전조율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이견 표출을 인정한 것으로 한미 소통 부족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지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진화하고 나섰지만 "(남북 군사합의서에) 동의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항의하면서 욕설하지는 않았다고 답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합의서에 대해 '미군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 뿐 아니라 한국측으로부터 사전에 자세한 설명과 협의가 없었다'고 강 장관에게 격분했다는 일본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국무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폼페이오 장관의 항의에 대해 "우리는 서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과 여러차례 이러한 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과 거의 매일 대화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많은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남북 지뢰제거 작업에는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JSA 비무장 초소 운영방안·공중적대행위 중단구역으로 설정된 군사분계선(MDL) 상공·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등 군사합의 개별 사안에 대해 우리 군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25일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GP) 철수의 경우 유엔사 판단을 거쳐야 한다"며 "DMZ내 모든 활동이 유엔사 관할"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초 주한미군은 남북이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공중적대행위 중단구역인 MDL 상공에서 무인기를 운용해 북한 군사준비태세를 감시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주요 전력 70%가 전방에 배치되어 있고 사거리 170~200km의 300mm 신형방사포가 개성공단 북측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기습공격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긴 적대행위 중단 조치가 실질적인 위협 완화로 이어지려면 많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이호령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세부 항목으로 제시된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통신·통관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 그리고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 등은 유엔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령 실장은 "특히 DMZ를 중심으로 육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전면 중지와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검증이 필수적"이라며 "남북 군사합의가 비록 초보적 운용적 군비통제조치라고 하지만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로 이어지려면 합의에 대한 철저하고도 정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실장은 "일부 우려 목소리가 있듯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실질적인 핵위협 감소 효과로 나타나기 전에 군사대비태세 약화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는 남북간 합의만으로는 추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맹인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병주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은 10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군사합의서 내용에 대해 국방부와 연합사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연합사는) 남북 군사합의 전 국방부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됐다"며 "연합사령관과 저는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보완책을 써서 연합태세에 문제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 한반도 긴장완화와 빈틈 없는 연합방위태세 간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당국이 미국과 긴밀한 대외 공조 및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