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업권에서 저승사자로 통하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 데뷔 무대에서 혼쭐이 났다. 정무위원들은 국감 내내 윤 원장의 성의 없는 답변과 현황에 대한 무지를 지적했다. 결국 국감 진행 중 윤 원장이 답하지 못한 정보 확인을 위해 유광열 수석 부원장의 이석까지 이뤄졌다.
정무위 국감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은 즉시연금·암보험 사안과 카드수수료 인상 관련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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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모습/사진=미디어펜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윤 원장은 정무위원들에게 질문 집중포화를 받았다. 윤 원장의 첫 국감 데뷔 무대이자 그동안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사안들에 대해 금감원의 입장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윤 원장은 부족하고, 불명확한 답변으로 정무위원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제기한 대북제재 관련 금융기관 컨퍼런스콜 요청을 둘러싸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자 정무위원들은 윤 원장에게 30분 동안 답변을 위한 시간을 주자는 정회 건의까지 제안했다. 이에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이석해 담당자들과 회의실 밖에서 따로 만나 해당 내용에 대해 급히 현황 파악에 나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미국에서 우리나라 은행들한테 컨퍼런스콜을 요청했는데 그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원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어 "미국 당국자들이 컨퍼런스콜까지 요청한 이유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배경을 분석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위원장은 "금감원장은 미국 재무부가 컨퍼런스콜을 한 취지가 뭔지, 경고나 예방차원인지, 제재를 하기 위한 조사차원인지,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응하고 있는지,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확인 후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질타는 이어졌다. 여러 의원의 지적에 윤 원장이 "알고 있다", "동의한다"는 등 대안없이 짧게 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장은 구체적으로, 확신 있게 답변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위원장도 오전 국감 중지를 선언하면서 "명확한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오후에는 성실하게 준비해 국민에게 답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윤 원장에게 즉시연금과 암보험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에 대해 "보험사가 가입서에 최소 2.5%의 이득을 보장한다고 해놓고 약관과 사업계획서 등 분산된 서류에 나온 모호한 표현을 빌려 확대해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의원은 "보험료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것이 사업비 등인데 이 비용에 법무 비용이 포함된다"며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소송을 걸며 사용한 비용이 500억원을 넘는데 이 소송비용을 다시 다른 소비자로부터 보험료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암 보험금 지급 범위에 대해 지적했다. 전재수 의원은 "암의 직접치료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명목으로 일어난 약관 변경이 암보험금 지급범위를 축소했다"며 "약관해석의 정확성이 도리어 소비자 혜택을 낮췄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는 것이 맞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다수의 의원이 지적했듯이 보험사가 하루빨리 미지급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보험에 대해서도 그는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지 않은 치료는 주변 요양병원이 늘어나면서 크게 증가한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을 계속해서 명확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원장에겐 카드사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지적과 함께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한 약관변경 승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원장이 교수 시절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리 수수료 등 상품가격 자율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등 평소 소신이 꺾인 게 아니냐"고 물었다.
윤 원장은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가 아닌 현행 수수료 제도 개선과 지급 결제 시장의 변화를 통해 가맹점에 혜택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억지로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과당경쟁 완화할 방안이 있으면 조치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신용카드사가 부가서비스 약관을 3년이 지나면 바꿀 수 있는데 금감원이 바꾸도록 허가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자 “검토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정무위 금감원 국감은 자유한국당의 민병두 정무위원장 사퇴 촉구 등의 사안으로 잠시 파행을 겪기도 했다. 민 위원장의 입장문 발표 이후 오후 2시44분경 국감장에 복귀한 각 당 의원들은 감사를 재개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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