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일자리성적표, 공공 단기일자리 약발 떨어지자 취업 급감 악순환 '질과 양' 모두 후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간 재정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서민 일자리를 수십만개 날려버리는 등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대형 외부충격이 전무했던 지난해에 2009년 금융위기 후 취업자가 가장 적게 늘었고 실업자 수는 2000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전년도 증가 폭 31만6000명(2017년)에 비해 3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전망치(18만 명)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단기 공공일자리 공급에 따른 반짝 효과로 11월 취업자 증가 폭이 16만5000명을 기록해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12월 3만4000명으로 급감해 정부 재정투입 약발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2년간 투입된 일자리 예산은 2017년 본예산 17조원, 2017년 추가경정예산 11조원, 2018년 본예산 19조2000억원, 2018년 추가경정예산 3조9000억원, 2018년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등 총 54조원을 훌쩍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그간 집중적으로 홍보해온 '고용의 질' 개선도 실제 지표상으로는 완전히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72만명 줄어든 2120만9000명에 그쳤지만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79만 6000명(18%) 급증했다.

또한 주 18시간 미만의 초단기 일자리 또한 전년보다 15만8000명(11.6%) 늘었다. 이에 따라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1.5시간으로 전년 대비 1.3시간 줄어들었다.

가장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에서 지난해 일자리 5만6000개가 없어졌고 최저임금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4만5000명) 및 도소매업(7만2000명)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건설투자 둔화 영향으로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은 4만7000명을 기록해 전년(11만9000명)에 비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었고, 빌딩청소원과 경비원 등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지원·임대서비스업에서는 6만3000명이 감소했다.

직업별 취업자 증감 추이는 판매종사자(5만4000명 감소), 단순노무종사자(5만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7만2000명),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3만8000명) 계층에서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9.5%)은 전년 대비 0.3%p 하락했지만 청년층 체감실업률인 확장실업률(22.8%)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전체 실업률은 0.1%p 오른 3.8%로 2001년 이래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간 실업자 또한 전년 대비 5만 명 증가한 107만3000명으로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로 가장 많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정례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하면서 사회의 약자라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주변부 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이 가해져 저임금-저학력 실업자가 늘어났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보완책 없이 강행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표성 없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해 고용 쇼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올해 일자리 15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정부 목표치의 3분의 2 수준인 10만 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실제로 모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한시적 재정지원으로는 지금과 같은 고용 참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시안적인 단기 공공 일자리 대책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민간 기업의 활력과 투자 의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경기를 이끌었던 반도체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어 올해 경기는 내년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1분기나 2분기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규제 혁파 등 시장경제 자유를 확장하고 투자 유인을 이끌어내는 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생존 위기에 처한 기업들과 달리 거꾸로 가고 있는 정책을 정부가 언제까지 고수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