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마케팅은 핵심 상품에만 치중 말고 폭 넓은 시각서 접근해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헝가리의 미학자 게오르크 루카치는 예술적 세계란 "인간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게 만든 세계"라고 말했다. 이때 예술적 세계의 핵심이 작품이며, 작품이 없다면 예술이 성립되지 않고, 예술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마케팅 활동도 불필요하다. 어느 전시장의 어떤 여건에서 작품을 감상하느냐에 따라서도 어떤 작품에 대한 예술 소비자들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작품의 유무형적 배경을 확인하고 잠재 고객의 기대치를 고려해서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동시에 예술가의 작품 생산 과정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문화예술작품은 공연이나 전시의 핵심 요인이다.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면서 예술의 생산과 향유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관객이 기대하는 대중성과 작품의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작품 고유의 기능 외에도 브랜드 이름이나 애프터서비스 같은 확장 상품을 바탕으로 차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예술작품에는 공연이나 전시 작품은 물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문화예술 마케팅의 차원에서 문화예술작품은 핵심 상품(작품), 기대 상품, 확장 상품이라는 3가지로 분류한다.
 
핵심 상품(Core Product)이란 예술 소비자를 위해 목표 시장에 제공되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작품이다. 국립극장의 핵심 상품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일 수도 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에는 전시된 유물이나 특정 시기를 기획한 초대전일 수도 있다. 핵심 상품의 내용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유명한 정도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핵심 상품을 선정할 때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자료=김병희 교수

예컨대, 세계적으로 검증된 문화예술작품의 하나인 <캣츠(Cats)>는 핵심 상품에 해당된다. 뮤지컬 <캣츠>는 T. 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바탕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해 1981년에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1982년에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수차례 공연되었는데 그때마다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로렌스올리비에상,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같은 수상 실적도 많기 때문에, 핵심 상품으로 선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기대 상품(Expected Product)이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고 동의하는 속성이나 특성의 집합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하려고 티켓을 구매하기 전에 예술 소비자들이 기대하며 느끼는 가치가 기대 상품에 해당된다.

예컨대, 피카소의 특별전 티켓을 사기 전에 소비자들은 피카소라는 화가에 대해 생각할 것이고, 전시회에서 피카소의 어떤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공연장의 위치나 티켓 값이 적절한지도 따져보게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본 다음, 어떤 공연이나 전시가 자신의 기대 수준에 맞으면 기꺼이 티켓을 구매하고, 기대치에서 벗어나면 다른 공연이나 전시로 발길을 돌려버릴 것이다. 공연 작품의 내용, 출연진의 명성, 예술가의 기량, 공연장의 인지도, 공연 단체의 명성, 공연장의 위치, 티켓 가격 같은 여러 요인들은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 수준과 기대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소비자의 기대치에 부응하도록 기대 상품을 구체적으로 기획해서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확장 상품(Augmented Product)은 문자 그대로 핵심 상품을 확장시킨 개념이다.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들은 핵심 상품의 기능과 혜택을 매우 구체적으로 부각시켜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선택 행동을 촉진시켜야 한다. 티켓 교환의 특권, 회원 등록 패키지, 뉴스레터, 공연 전후의 강연, 기타 교육 프로그램 같은 다양한 제공물이 확장 상품에 해당된다. 핵심 상품의 부가적 혜택을 부각시키고 확장 상품을 적극적으로 기획함으로써 핵심 상품이 지닌 본래의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많다.

확장 상품을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의 사례에서 확인해보자.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인 여우락 페스티벌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예술가들에게 국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했다.

   
▲ <여우락 페스티벌> 포스터. /자료=김병희 교수

이 공연에서 국악 예술가들은 전통 국악, 창작 국악, 퓨전 국악, 크로스오버 국악, 일렉 국악, 전위적 창작 국악, 컨템포러리 국악, 국악 창작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 음악을 소개했다. 이전에 국악을 관람한 적이 없던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 나서 만족도가 높았다. 우리 음악을 들은 외국인들 역시 국악의 고유한 소리와 장단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언론사마다 취재 경쟁을 벌였고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의 첫 공연 때부터 성과가 높았던 데는 적극적으로 기획한 확장 상품도 영향을 미쳤다. 국립극장은 8가지 공연 모두를 관람할 수 있는 올인 패키지, 한 주에 공연 하나씩 각각 다른 4가지 주제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릴레이 패키지, 4가지 주제에서 2개의 공연을 선택할 수 있는 테마 패키지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했다.

올인 패키지는 50% 할인과 프로그램 책자와 기념품을, 릴레이 패키지는 40% 할인을, 테마 패키지는 30% 할인과 프로그램 책자를 증정했다. 국립극장 레스토랑에서부터 남산 인근, 이태원, 한강진역 인근의 음료, 한식, 피자집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제휴를 맺었다.

관람객이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를 갈 경우에는 할인된 금액에 입장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확장 상품도 효과를 발휘해 예술성(호평)과 대중성(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서의 상품(작품)은 일반적인 브랜드 마케팅에서 말하는 상품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화예술작품은 사람들의 ‘관람 경험’을 통해서만 작품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때는 문화예술작품 그 자체인 핵심 상품을 선정하는 문제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대 상품과 확장 상품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