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발목잡힌 탄력근로제…위법 사업장 속출하나
4월부터 정부 단속에 '위법 사업장' 속출 우려
'6개월 확대' 국회 통과해도 업종별 정상경영 차질
김규태 기자
2019-03-08 15:11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지만, 7일 노동계에 발목잡혀 본위원회가 무산되면서 3월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 4월부터 정부 단속이 시작돼, 위법 사업장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당초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제 강제 시행에 따라 기업들이 불법 사업장으로 전락하는 악영향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하는 필수 대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보이콧에 이어 이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이 본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불발에 그쳤다.


문제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따라 사회적합의 자체가 휘둘리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사태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또 일어나기 쉽다는 점이다.


법상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노사정 중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만, 이날 노동계 대표 3인이 불참해 이에 미달하게 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본위원회 참석도 무산됐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고, 앞서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 사회적합의를 도출했던 한국노총 또한 민노총을 겨냥해 "반대만 하는 노조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더 큰 문제는 경사노위로부터 탄력근로제 확대안 처리를 국회가 뒤늦게 넘겨받아도, 3월 처리마저 장담할 수 없어 재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월19일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마련한 후 이재갑 고용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3월말까지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되지 않는다면 모든 기업들은 정부 단속에 속수무책"이라며 "기업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6개월 확대안이 4월부터 시행되어야 기존 사업계획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업계 관계자 또한 "현 시점에서 이미 일부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예기간(3월말)이 지나면 기업으로서는 큰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 IT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국회가 서둘러 개정안을 통과시켜 6개월로 확대되더라도 까다로운 도입요건에 임금보전 등 노사가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이 많아 갈등을 조율하기 어렵다"며 "기업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각 현장마다 기존 프로젝트 납기를 지키려면 위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제조업체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탄력근로에 대해 노조 동의가 없으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주당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업 부담이 늘었고, 가장 민감했던 임금 보전에 대해 사측에 비용 책임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사노위 합의안이 그대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근로시간 사전합의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며 "당초 사측 요구사항이던 선택근로제 확대가 빠졌을 뿐더러 근무배치 등 인적자원의 유연한 활용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변수는 시간이다.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안이 국회로 넘어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논의 끝에 이견을 좁히더라도, 민주당 내 강경파와 노동계 반발이 변수로 여전히 남아있어 법 개정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탄력근로제는 6개월로 확대되어도 업종별로 완전히 원활한 정상경영까지 힘들고 사측이 안고 있는 독소조항 리스크 또한 여전하다.


노동계 반발에 부딪힌 경사노위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내리고, 이를 받은 국회가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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