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멈추고 임금단협을 타결한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지엠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매년 파업을 벌여 왔던 현대자동차 노조도 올해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태라 언제든 파업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 자동차 업계만 놓고 보면 일 년 내내 파업이 끊이지 않는 '파업 공화국'이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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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 업계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12일에는 부평 본사 한국지엠 복지회관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노동쟁의 발생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 했다.
오는 19~20일에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법적인 파업 요건인 '중노위 조정중지'와 '쟁의행위 찬성 50% 이상' 등을 갖추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이다.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명분은 '사측의 교섭장 변경 요구에 따른 교섭 지연'이다.
아직 임금협상을 위한 상견례도 열리지 않고, 노사가 요구조건을 교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파업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사측은 노조의 물리력 행사에 따른 신변안전 우려를 이유로 교섭장소를 기존 부평공장 복지회관 LR 대회의실에서 본관 서울룸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도 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사측 교섭위원들이 노조에 의해 감금된 사례가 있었고, 사장실 점거 등 노조의 폭력사태도 있었던 만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소에서 교섭을 가져야 한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두고 고의로 교섭을 지연시키려는 사측의 책략이라며 '교섭 전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
노사 양측 모두 완강한 입장이라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졌던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이 끝나니 한국지엠 노조가 바통을 이어받는 꼴이 됐다.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왔던 현대차 노조도 올해는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 부분파업만 벌이고 여름휴가 전 타결을 이뤘지만 12월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요구하며 또 다시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12일까지 네 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의 경우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액인 12만3526원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관련 '지급제외자 15일 미만 규정' 시행세칙 폐기, 정년 국민연금 수령 직전 연도까지 연장(기존 60세에서 61~64세로 연장), 노동이사제 도입, 등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회사측은 글로벌 경제악화에 따른 경영위기와 미래 자동차 트렌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큰 폭의 임금인상이나 고액 성과급 지급, 대규모 인력충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조는 '경영위기는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오는 10월부터 지부장 및 임원 선거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관계로 올해 임단협을 추석 연휴(9월 12~15일) 전 타결할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교섭 과정에서 사측을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6월 말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7월 초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오는 18일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전 조합원 출정식'을 열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게 일상화 돼 매년 회사와 협력업체,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상황이다"면서 "노조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에게도 대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연례 파업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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