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 강요' 우선협상권 무시하고 입찰 강행해 파문
법원, 21일 기업측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 서울시 패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 542곳(승차대수 기준)의 위탁관리업체 신규 선정을 놓고 서울시와 기존 사업자인 제이시데코(JCDecaux) 간의 분쟁이 정리됐다.

서울시가 정류소 위탁관리업체를 새로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지난 한달간 이미 진행했으나, 재판부는 서울시의 입찰 진행을 중지해달라는 제이시데코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 결정의 속사정은 겉으로 보기에 복잡해보이지만 간단하다.

바로 서울시가 자신들이 계약했던 내용 자체를 무시했고, 제이시데코가 위탁관리업체 차후 선정에 대해 갖고 있는 우선협상권을 뭉개버린채 입찰을 강행하는 위법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 법원 결정과 무관한 제 3자이면서 시 행정을 감시 견제하는 서울시의회 측은 정류소 전면교체로 인한 시민 불편과 안전 위험을 들면서 '철거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자료사진=미디어펜

관련 입찰에 참여했던 4개 컨소시엄 8개 기업은 서울시의 위법 행정으로 허탕을 친 격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의 취재에 "판결내용대로 일단 현재 진행중인 입찰절차를 중단해야 할 것 같다"며 "세부 대응방향은 판결문 의미 등을 법적으로 검토해 추후 일정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서울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기업과의 기존 계약을 철저히 무시하는, 법 위의 행태를 보였다.

지난 2003년 시가 제이시데코측과 맺은 관련시설물 민간위탁관리계약, 2004년과 2008년에 추가로 체결한 협약에 따라 이달말(정류장 241곳)과 오는 10월말(301곳) 계약이 종료되지만 관리 갱신을 위한 우선협상권은 제이시데코측에게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앞서 제이시데코에게 사실상의 계약연장 거부 통보를 했고, 이를 비롯해 정류소 기부채납까지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공고까지 밀어붙였다. 이는 정확히 한달 후인 21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으로 허탕을 쳤다.

법원 결정과 무관한 제 3자이면서 시 행정을 감시 견제하는 서울시의회 또한 정류소 전면교체로 인한 시민 불편과 안전 위험을 들면서 '철거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지만, 서울시는 이번 사례에서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특히 서울시는 법원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에게 '자신들이 직접 맺었던 계약조항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내밀었던 지방계약법은 시와 제이시데코간 계약년도인 2003년이 아닌, 그 이후 2005년 8월에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민간투자자본 운영사업에 적용시킬 수 없다는게 법조계 해석이기도 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계약 당사자로서 자신들이 맺었던 민간과의 계약을 부정하는 행태를 연출한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정에 기업들만 골병 든다.

향후 협상이 열리겠지만 최종 결렬되어 서울시 기존 입장대로 정류장 수백곳을 전면 철거하게 될 경우, 시민들이 입을 불편과 피해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