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서울시가 15일과 17~18일에 걸쳐 3일간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무료를 내세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 15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썼지만 정작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조치일 뿐 서울시민 건강을 위한 근본대책이 아니며, 잦은 경보 발령과 맞물려 효과도 체감되지 않는 공짜 운행에 큰 돈을 허비했다는 비판이다.
서울시는 당초 이를 위한 연예산으로 249억 원을 책정하고 재난관리기금 심의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올해 3주가 채 지나지도 않아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3회 발령되어 절반 이상을 썼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를 비롯해 환경부와 인천시·경기도가 지난해 2월 합의해 발표한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 당시부터 예고된 사태라고 보고 있다.
당시 핵심 저감방안으로 꼽힌 차량 2부제의 시행대상이 수도권 지역 공공기관 공무원 52만 7000명이었고, 이들의 자가용 출퇴근 비율(45%)를 고려하면 차량 2부제를 통한 통행 감소량이 11만9000대로 수도권 전체 통행량의 2~3%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3일간 출퇴근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도로 교통량은 전주대비 각각 15일 1.8%, 17일 1.7%, 18일 2.4%만 감소해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하철 승객은 3일간 각각 3.0%에서 4.4%, 4.8% 늘어나 무료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지만, 야외 미세먼지보다 전철 내 미세먼지 수치가 곳에 따라 30~66%까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나 승객 건강에 오히려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체 운전자 중 20%가 2부제에 참여해야 미세먼지 농도가 1%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대한석유협회는 "미세먼지 국내요인 중 노후 대형화물차 비중이 7%이고 경유 승용차 기여율은 0.8%에 불과하다"며 도로 통행량에 대한 규제 조치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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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15·17·18일 오전 출근길(첫차~오전 9시)과 퇴근길(오후 6~9시)에 서울시 관할버스와 도시철도를 무료로 운행했다./사진=서울시 제공 |
관건은 대중교통 무료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미미하지만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져 실효성 없는 밑 빠진 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무료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시는 48억 원에 달하는 보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3차례에 걸친 이번 '공짜 운행'에 대해 서울시는 150억 원대의 교통비용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서울시는 연예산으로 249억 원을 책정했지만 비상저감조치 5일이면 연간 책정액을 모두 쓸 것으로 보이며, 향후 부족한 추가재원에 대해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총 3769억원) 재심의를 준비하거나 추경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중교통 무료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일회성 대신 필요한 곳에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18일 오후9시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해제된 가운데 정부는 이날 오후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주재로 미세먼지 관계부처 TF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주요대책의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겨울철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비해 정부와 서울시가 향후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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