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경제 보복 확대·장기화 가능성에 불안감 커져
경쟁력 저하·신사업 모멘텀 축소 등 전략변화 가능성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가 켜켜이 쌓이고 있는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장기침체 가능성까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미래성장 전략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일본의 추가 무역제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일본산 주요 부품과 소재 수급에 대한 대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30개사의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이 10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숨죽였던 재계는 일본의 ‘무역보복’이 본격화 되면서 초긴장 상태다.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응책도 당장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도 중국과 갈등 등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해법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며 “대체가 힘든 일본산 부품과 소재가 분명히 있다. 이것들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말 라인이 가동을 멈출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얘기하지만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일본과의 갈등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정지적 해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양국 정부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전날 주요기업인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민감한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어 한·일 두 나라 정부 모두의 명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중재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반도체 전략은 물론 정보기술(IT) 완제품, 자동차, 제조업 등으로 후폭풍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양국의 무역 분쟁으로 확대되면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기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중국만 덕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발 악재까지 더해질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국들에 비해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신성장 동력 확보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장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몬과 미국, 중국 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다”며 “일본이 무역 보복의 강도를 높이고 갈등이 지속되면 장기 사업 전략의 수정까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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