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임금 보전, 전형적인 반 시장적·사회주의적 정책
문 정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도전 감행
   
▲ 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4일, 대·중소기업 간 복지격차 완화와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합동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MOU는 '공동근로복지 기금제도' 활성화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과 복지 격차 완화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공동근로복지 기금제도를 이미 2016년부터 도입했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기업 단위의 회사 단위 근로복지기금제도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원·하청기업 간 상생협력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강화를 위해 둘 이상의 사업주가 공동으로 기금에 출자해야 한다.

동반위는 지난해부터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코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한 임금격차 해소운동'을 중점 과제로 설정했고, 올해부턴 '혁신성장'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혁신주도형 임금격차 해소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공동근로복지 기금제도는 대·중소, 원·하청 간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이라며 "혁신복지형 임금격차 해소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으니 (임금·복지 격차 완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의 주무부처인 중기부도 이에 질세라 관련 정책을 내놨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임금과 복지 수준 향상, 인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성과 공유'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이 현재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건 사실이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줄도산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원청인 대기업으로 하여금 하청사인 중소기업을 위해 복지기금을 내주도록 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중소기업 직원들의 월급을 지원토록 해 기를 살려주는 것은 일견 굉장히 아름다워 보인다.

   
▲ 지난 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이 '대·중소기업 복지격차 완화와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사진=중소벤처기업부

하지만 이 정책은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정부가 대기업을 겁박해 강제로 참여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며 중소기업들과 거래하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위계에 눌려 강제로 수익의 일부를 떼줘야 하는 형국인데, 이런 관제 사업에 발 벗고 나설 리가 없다.

임금을 보전해준다 건 전형적인 반(反) 시장적·사회주의적 정책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하는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체가 돼 중소기업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도 문제다. 하물며 정부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법을 쓰고자 대놓고 민간 영역에 있는 대기업들을 겁박해 팔을 비트는 건 더 큰 문제다. 이는 헌법 전문과 119조 1항에 나와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생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존재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다른 곳에 돈이 새 나가면 기업 가치가 낮아져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회사를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같은 조처를 감행하는 건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는 '로빈훗 신드롬' 내지는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 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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