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量)보다 질(質) 우선…디자인 기술력도 강조
   
▲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사진=삼성전자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극단적으로 말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 임원 200여 명을 모아두고 날린 일갈이다.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 선포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품질경영'을 누구보다 중시했다.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해야만 국제화·복합화·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의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에 삼성은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으며 일본 경쟁 기업을 누르고 글로벌 기업으로 급부상 할 수 있었다. 그가 27년간 불린 삼성가의 시가총액은 300배에 달한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8월 4일까지 68일간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을 오가며 1800명과 350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장단과는 800시간이 넘는 토론을 이어갔다. 

당시 이 회장이 한 발언 33개를 주재로 정리한 '지행 33훈'도 유명하다.  A4용지 8500장에 이르는 어록 모음집 '지행'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지행용훈평'의 준말이다. 이 회장은 리더의 덕목으로 이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 회장은 품질경영과 함께 디자인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기획력과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약하면 상품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1993년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는 "올해를 '디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우리의 철학과 혼이 깃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나가자"고 선언했다.

또 이 회장은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에 디자인 부문을 추가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수상자는 1직급 특별 승진하며, 상금으로 1억원을 받도록 했다.

삼성은 1995부터 2005년까지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1.0'에 주력했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소비자의 호기심과 기쁨을 반영한 '디자인 2.0'에 집중했다. 

이어 2011년부터는 '가치'에 중점을 둔 '디자인 3.0'을 기치로 내걸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 창출이란 디자인만으로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을 뜻한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마하(Mach) 경영을 강조학도 했다.

마하 경영은 이 회장이 2002년 "제트기가 음속의 2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고 발언한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는 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는 물론 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삼성이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마하 경영의 추진 방향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미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신기술 개발, 경영 전 분야에 대한 총체적·근본적 혁신, 창의적이고 소통·상생하는 기업 실현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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