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24일부터 나흘간 4시간씩 부분파업 돌입…9년 연속 파업
완성차 노조 집단 이기주의에 협력업체 비명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되고 기업은 변화를 맞이했지만 국내일부 완성차 노조는 여전히 남일처럼 여기고 있다. 

기간한정 없이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지엠 노동조합에 이어 기아자동차 노조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또 르노삼성자동차도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사측을 압박하고 타격을 주기위해 파업을 단행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완성차 노조 집단 이기주의로 희생양이 된 협력사들은 살려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지만 완성차 노조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말부터 한국지엠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하며 협력사의 어려움 가중 등 업계 전반적인 파장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전날 진행된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통해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하루 4시간씩 근무를 단축하는 부분파업 방식이다. 

이번 파업 결정으로 기아차 노조는 무분규 합의를 이뤄냈던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됐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찬성률 73.3%를 확보했다. 지난 5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사는 중노위의 조정 중지 이후에도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잔업 복원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상여금 통상임금 확대 적용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을 주장하는 한편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을 무분규로 타결하면서 기아차 교섭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아차 노조는 강성 행보를 보여 왔다.

노조는 특히 지난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하며 잔업을 중단한 게 실질적인 조합원 임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잔업 복원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 해소 차원에서 기존 공장 내 전기차와 수소차 모듈 부품공장을 설치할 것도 요구했다.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당장 공급이 부족한 카니발, 쏘렌토 K5 등 인기 차종의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협력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전망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서도 노조의 파업 추진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회적 우려를 고려해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재개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노조가 지난달 말부터 12일간 부분파업을 단행하며 협력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협력사들은 19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정상 가동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같은 한국지엠 노조의 연이은 파업으로 미국 제네럴모터스(GM)에서는 기존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강수로 맞서고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경우 현재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새로운 노조 지도부가 앞서 금속노조에 가입을 추진했던 집행부로 여전히 강성성향을 지니고 있다. 또 공식화 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자신들의 의견관철을 위해서 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속노조에 가입해 세력을 키우겠다는 의견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노조의 단체행동이 협력사의 경영위기를 부추기고 있어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시장 위축으로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부품사들 역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노조는 이런 업체들의 위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풍전등화 같은 위태로운 상태 지만 여전히 임금인상화 복지 등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판매부진으로 시장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지며 신차를 개발해 출시할 여력도 없다. 

그나마 트레일블레이저와 XM3의 수출물량으로 새로운 일감을 확보는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하며 글로벌 생산기지들 중에서 신뢰도가 하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언제 이 물량이 타 생산기지로 빼앗기고 일감절벽을 겪게 될지 모른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제공

앞서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아픈 경험을 겪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군산의 일부는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됐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이 현재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회사에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미 한국지엠은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1만7000여대의 높은 생산차질을 빚었다.

이에 사측은 노조 파업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2100억원대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격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계속해서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은 제 2의 공장폐쇄와 한국철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여전히 노조는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산업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전통적인 강자들도 강도 높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를 기록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9500명의 직원을 감원하며 포드자동차는 유럽 내 6개 공장을 폐쇄하고 사무직 직원의 10%를 감원했다. 

제너럴모터스(GM)은 북미 5개, 해외 2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고 8000명을 감원했다. 폭스바겐도 5년간 700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대신 절약한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혼다 역시 2021년 영국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토요타도 임원들의 임금을 10% 감축했다. 

이런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 유럽노조 총연맹도 기술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주 내용은 다른 구성원들과 담을 쌓고 내 이익만 추구했던 그간의 이기주의 현상을 극복하자는 전향적 정책을 내새움으로써 자동차산업변화에 대응하는 우선정책으로 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성으로 유명했던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노조들도 미래를 위해 합심하는 태도로 전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미래 일자리를 고민을 위해 힘을 합해야 될 시기에 이같은 행보는 그간 쌓아왔던 퇴보를 자처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