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마 내전 초기 단계, 상황 더 심각해져야 유언 안보리 결의 가능할 듯”
“중국, 미얀마와 이해관계 깊어...학살적 상황 막는 데 역할 할 수 있을 것”
“미얀마, 민주주의 위해 노력하는 게 눈물 겨워...모금활동 통해 간접 지원”
[미디어펜=대담 이석원 정치사회부장, 정리 조성완 기자]“미얀마는 내전 초기 단계로 치닫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져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쿠데타, 아웅산 수치 등 정부 요인들의 구금, 그리고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과 군부의 유혈 진압과 학살...미얀마가 끝 모를 파국의 늪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미디어펜’과 만나 착잡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DL)은 총선에서 압승했다.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고, 군부는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2일 기준 710명의 시민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고 3080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다. 7살 어린이 등 미성년자 사망자도 최소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사진=미디어펜

한 미얀마 청년은 이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70일 동안 단지 700명 죽었다. 천천히 해라, 유엔. 우리는 아직 (죽을 사람이) 수 백만 명이 남아 있다.”

이 문구는 반어법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미얀마 군경의 반인륜적 만행에도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유엔을 비판하는 동시에 신속한 대응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도 유엔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어깃장에 실효적인 군부 제재를 못 한 채 ‘규탄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군부독재의 재래뿐 아니라 아주 폭압적 진압, 반문명적 폭압 상황”이라면서 “미얀마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없었다면 중국의 방관, 유엔 안보리의 현재와 같은 행위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미얀마는 일대일로가 나가는 관문이며,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데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중국 체제의 안전과 안보와 관련된 중요성 있는 지역이기도 해서 이해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기구인 유엔 차원에서 안보리가 이 정도 상황이 되면 평화유지활동(PKO)를 파견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중국과 러시아가 이해관계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할 수 있는 게 낮은 수준의 경제 제재 수준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한 제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한 실현 가능성은 작다. 유명무실한 유엔에다 중국과 러시아의 '옹호'를 등에 업은 미얀마 군부는 대외적으로는 학살을 부인하면서 안으로는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아마 미중 갈등이 심각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위기를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아시아에서 입장을 표명한 곳은 우리밖에 없다. 불법 쿠데타라고 규정한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이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의해주면, 이런 학살적인 상황을 막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사진=미디어펜

   
▲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사진=미디어펜

이 의원의 지적처럼 국제사회가 미얀마를 ‘외면’하는 사이 미얀마 군부는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 지난 8~9일 양곤 인근 바고에서 시위대를 향해 유탄발사기와 박격포까지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최소 8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의 무력 진압에 공포를 느낀 많은 마을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태국 쪽으로 많은 난민이 피신하고 있다. 태국의 국경 가까운 곳에 노약자 등이 전투를 피할 수 있는 난민촌 건설이 시급하다”면서 “난민촌은 태국 정부가 승인만 하면 가능하다. 유엔 사무총장과 난민기구가 움직여야 한다. 태국이나 주변국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게 눈물겹고 놀랍다”며 국제사회나 국제기구와 별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국제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다”면서 “우리도 미얀마의 민정 복구를 촉구하고, 희생과 투쟁을 격려하고, 군부 쪽에 기여하고 있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국제사회를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스스로도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진행 중이다. 그는 국내 미얀마 유학생과 미얀마 시민을 위한 모금 활동을 추진하면서 국회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이 의원은 모금 배경에 대해 “국내 미얀마 유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은행망이 막혔다”면서 “금융 마비로 대학 등록을 하지 못해서 공부를 못하게 되거나 체류 조건에 문제가 생겨서 강제 출국당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되니까 이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간접적 지원뿐”이라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폭압 사태가 종식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하지만...”이라면서 말을 맺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게 참...국제사회의 공분이 더 커져야 하는 불행한 일”이라며 반어적인 표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