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현역의원 셋 모두 민주당…전통적인 '야당 텃밭'
대통령실, 신중한 입장…'이길 수 있는 공천'에 시동 걸듯
국정기조 개선·대대적 참모진 쇄신·국민 목소리 수용 '고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는 어떤 선거 결과든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공식 입장)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되어 죄송합니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김행 여성가족부 장관의 12일 입장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강서구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어느 쪽이든 일희일비하는 게 섣부르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야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 강서구 기준 역대 선거 득표율 집계. 자료 출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표 제작=미디어펜

5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노현송 민주당 후보가 60.68%를 득표해 2위인 김태성 자유한국당 후보(25.38%)에 비해 35.30%p라는 어마어마한 격차로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던 직전 대선이 열린 지 1년 3개월 뒤라, 지난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됐던 시점(대선 후 3개월)과 비교하면 정권 교체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없다고 봐도 되는 시점이었다.

즉 강서구라는 지역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선호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현직 국회의원 3명 모두 민주당이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졌던 지역이기도 하다.

더욱이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책임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본인에게 있는 이상,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측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상당했을 것이다.
 
이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10.11 재보궐선거에서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야당 선호 지지자가 더 결집하고, 반대로 당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밀었던 유권자가 와해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강서구청장 결과는 '정권 심판론'을 확인했다기 보다는 지역 민심이 녹록치 않고 정치권 움직임에 오히려 민감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의견도 많다. 야당 텃밭에서 당연히 나올법한 선거 결과로 정권 심판을 운운하는 건 섣부른 확대 해석이라느 것.

향후 어떻게 국정 운영을 바꾸고 인적 쇄신을 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쓴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11일 오후 대통령실 회의실에서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12일 오전 관계자발 전화 통화를 통해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속내는 복잡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국방부 장관 및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달리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에 있어서 김행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이날 오후 이어졌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날 공식적으로 나온건 인사 방침의 변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일으키면서 중도-무당층을 어떻게 더 공략할 것인지, 실효적인 민생-경제 정책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취임에 따른 행정부의 교체만 이루어졌지, 김명수 대법원 체제나 국회 다수당이나 진정한 의미의 정권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말그대로 여소야대라는 난국 속에서 윤 대통령은 더욱 국민 눈높이에 맞춰 민생에 무게를 둔 국정 기조의 점진적인 개선을 꾀하면서, 대대적인 참모진 쇄신을 통해 국민 목소리도 폭넓게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반등과 여당 공천 인적쇄신 등 뭐 하나 쉬운건 없다. 6개월 남았지만 앞으로 윤 대통령의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