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과 AI 반도체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로봇,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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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DB |
18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약 35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는 당해 전체 매출에서 11.6% 차지하는 비율이며, 직전년도(2023년) 대비 23.5% 늘어난 규모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전반에서 AI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기술 및 인프라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분야를 담당하는 DS부문은 R&D 집중도가 높은 분야로, 투자 비용의 세부 항목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절반 이상은 DS부문에 투입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AI 기능 탑재된 스마트폰과 가전 제품, 신규 폼팩터 디바이스 개발 등 AI 관련 전반에서 R&D 비용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언급하면서 새로운 분야 개척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삼성전자만의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해 R&D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최근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은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장(사장)도 이 회장의 기조를 잇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사장은 최근 MX사업부 구성원들에게 미래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어느 것보다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AI 스마트폰, 가전 등 주력 제품군에서 더 나아가 온디바이스 AI 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 갤럭시가 끌고 반도체는 밀고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올해 1분기 성적표에서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내놨다. DS부문 부진에도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갤럭시 S25의 역할이 컸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갤럭시가 끌고 반도체가 밀고'라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주력해나갈 분야도 해당 문장에 모두 담겼다. AI 디바이스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반도체 부문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AI 시대가 열풍으로 두뇌 역할을 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이에 발 맞춰 NPU(신경망처리장치), HBM(고대역폭 메모리), CXL 메모리 등 AI 관련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대만 기업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미세공정(3나노 GAA)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적용된 3나노 모바일향 양산 출하를 준비 중이다.
디바이스 쪽에선 AI 스마트폰과 AI 가전을 활용해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갤럭시AI'를 탑재한 '갤럭시 S24'에 이어 올해 초 '갤럭시 S25'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AI 스마트폰의 선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도 강력한 보안 성능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메드텍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로봇 사업 분야에선 사업장 내 제조봇, 키친봇 등을 추진하면서 확보한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한다. 메드텍의 경우 의료·건강관리와 IT 기술을 접목한 토탈 헬스케업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산업 패러다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며 "AI 선제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분야 개척은 물론 초격차 역량을 확보를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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